“걱정은 알겠지만 스트레스”
직장인 39.8% ‘명절포비아’
기혼자가 미혼자보다 높아

[충청투데이 송휘헌 기자] “명절 때 친인척을 만나면 결혼은 언제 하니, 취업은 했니, 월급은 얼마니 등 민감한 이야기를 물어 난감할때가 많다.”

병원에서 일하는 A 씨(28·여·사창동)는 추석에 차례를 지내러 갈 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A 씨는 “대학생 때는 부모님을 따라 큰집에 갔지만 이제는 가고 싶지 않다”며 “학생 때는 명절마다 취업 이야기를 했는데 이제는 시집은 가는지, 남자친구는 있는지를 묻는 게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이어 “걱정하는 것은 알겠지만 잔소리처럼 느껴지고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며 “추석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친구들과 추석에 여행을 가려고 일정을 맞춰보고 있는데 시간이 맞으면 여행을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혼한 B 씨(34·용담동)도 사정은 비슷했다. B 씨는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친척들이 아무소리를 안 할 줄 알았는데 월급을 비교하고 사는 집 등을 물어보니 명절에 오히려 핑계를 대고 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용돈과 선물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고 가족, 친척을 보며 즐거워야 할 추석이 오히려 짜증스러울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추석이 부담스러운 C 씨(38·오창읍)는 명절기간 회사에 특근을 신청했다. C 씨는 “회사에서 명절동안 일할 특별근무자를 모집했는데 경쟁률이 생각보다 높았다”며 “추석에 집에 가서 있는 것보다 일을 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전했다.

10일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486명을 대상으로 ‘명절포비아(공포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 39.8%가 명절포비아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혼자(45.3%)가 미혼자(36.6%)보다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명절포비아를 경험하는 이유(복수 응답)에 대해서는 미혼의 경우 ‘어른의 잔소리가 부담스러워서(61.3%)’가 1위로 꼽혔으며 ‘용돈, 교통비, 추석 선물 등 경비부담(54.1%)’, ‘친척들과 비교가 싫어서(24.1%)’ 등의 순이었다. 기혼은 ‘경비부담(66.5%)’, ‘처가, 시댁 식구가 불편(27.4%)’, ‘추석 상차림 등 힘들어서(21.4%)’ 등을 들었다.

특히 직장인 중 차라리 출근하는게 낫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출근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도 12.8%로 확인됐다.

명절 때 가장 듣기 싫은 말로는 ‘결혼은 언제 하니(17.8%), ‘돈은 좀 모아 놨니(16.5%)’, ‘살 좀 빼야(찌워야)겠네(13.7%)’, ‘연봉은 얼마니(13.5%)’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명절포비아를 유발하는 대상으로 결혼 유무와 성별에 차이가 나타났다. 미혼은 친척(45.9%), 부모(22.7%), 직장 상사(10.5%) 등이었다.

기혼 응답자 중 여성의 경우 시부모 등 시댁식구(73%)가 압도적이었고 배우자(6.1%), 친척(6.1%) 등으로 확인됐다. 남성의 경우 배우자(14.1%), 부모(12.1%), 친척(11.3%)으로 조사됐다.

송휘헌 기자 hhso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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