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문화 신문>
한국효문화진흥원 김덕균 효문화연구사업단 단장
효문화진흥원 ‘논어 산책’ 강의… “논어의 포인트 ‘온고지신’ 현재·미래의 해답 담겨”
복지부 공모사업 선정 ‘삼대가 효’ 프로그램… 대화·소통 통한 효 교육으로 효과↑
‘유·무형 효문화자산 전수조사’ 사업 시행… 향후 인류문화유산 등재 등 추진 계획

▲ 김덕균 효문화연구사업단 단장은 "논어의 포인트를 꼽는다면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현재와 미래의 해답을 역사 속에서 찾아야 하듯 효의 나아갈 길도 그런 것이다. 고전공부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한국효문화진흥원 제공

[충청투데이 노진호 기자] 매주 수요일 한국효문화진흥원(이하 진흥원)에서는 '논어(論語)'에 대한 토론의 장이 펼쳐진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단지 옛날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효(孝)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이 토론의 장은 진흥원이 지난달 14일부터 진행 중인 '효와 인문학 - 논어산책' 하반기 강좌이다. 논어산책은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으며, 회당 30~4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유가(儒家)의 성전(聖典)이라고 할 수 있는 '논어'는 사서(四書)의 하나이며, 중국 최초의 어록(語錄)이다. 특히 논어는 공자(孔子)의 가르침을 전하는 가장 확실한 옛 문헌으로, 공자와 그 제자들과의 문답을 중심으로 인생의 교훈이 되는 말들이 함축적으로 기재됐다.

'논어산책'의 길잡이는 진흥원 산하 효문화연구사업단 김덕균 단장이다. 김 단장은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양명학회 회장, 한국효학회 편집위원장 등을 지냈다.

그의 이력과 각종 저서, 연구논문 등은 온통 효로 가득하다. 효에 대한 고민으로 24시간이 모자란 김덕균 단장을 아직 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8월 말 진흥원 별관 효문화연구사업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에게 던진 첫 질문은 '왜 논어인가'였다. 논어하면 (적어도 필자는) 그저 어렵다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의 대답은 지난해 진행된 '효경(孝經)' 강좌로 시작됐다. 김 단장은 "논어는 효경의 선행 자료로 볼 수 있다"며 "논어 속의 효는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우리는 공자와 제자들의 문답 중 효와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한 3분의 2 정도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논어의 포인트를 꼽는다면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현재와 미래의 해답을 역사 속에서 찾아야 하듯 효의 나아갈 길도 그런 것이다. 고전공부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이끌고 있는 효문화연구사업단은 효문화 진흥을 위한 연구조사·정책개발, 효문화 진흥 통합정보 기반 구축, 연구자문위원회·전문인력풀 운영, 효문화 포럼·탐방 운영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효를 위한 아니 우리들을 위한 여러 일을 하고 있는 그에게 가장 대표적인 것을 하나 뽑아달라고 청했다.

그러자 김 단장은 "보건복지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삼대가 효'를 꼽고 싶다. 이 프로그램은 효 자료 조사와 효문화 해설사 과정, 3대 체험 등의 3단계"라며 "일방적 교육이 아닌 대화와 소통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궁금한 것을 아이들이 물어보면 어른들이 대답해주는 방식이다. 꼭 가족이 아니라 동문이나 이웃도 함께 할 수 있다"며 "4대가 온 집도 있고 사돈 집안이 함께한 적도 있다"고 부연했다. 또 "한 공무원 가족이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들렀던 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삼대가 효' 프로그램 외에 효문화연구사업단의 역할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유·무형 효문화자산 전수조사'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대전시 시범사업으로 시작했으며, 연말에는 그 내용을 5개 구별로 나눠 책으로 엮기도 했다. 올해는 충북과 충남지역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그 내용을 정리해 책으로 펴낼 예정이다. 여기서 말하는 유·무형 효문화자산은 재실과 사당, 서원, 향교, 효자와 열녀 등 각종 비(碑)와 효와 관련된 전승설화, 민담 등이 그 대상이다. 김 단장에게 이 사업에 대한 부연설명을 부탁하자 "아무래도 핵심은 유형문화이다. 각종 비는 문중별 효 실천의 대표적 자산이며, 서당과 서원, 향교는 효 교육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곳"이라고 설명한 후 "기록문화 중 효행인물에 대한 자료 조사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무형 효문화자산 전수조사와 관련한 설명을 이어가던 김 단장은 '효와 관련한 선입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대부분 사람들은 그것이 유형이든 무형이든 효와 관련된 자산은 도시보다는 시골에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그것은 효 자체를 '옛것'이라고 여겨 그럴 것"이라며 "막상 조사를 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도시란 곳이 예전부터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고 그 만큼 효와 관련한 자산도 풍부하다. 특히 전승설화 등 생활밀착형 자산은 시골보다 더 많았다"고 전했다.

▲ 지난 6월 삼대가효 프로그램에 참여한 조부모 일일강사 이윤석 씨가 딸(이승민)과 손자(이지성)에게 효의 유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한국효문화진흥원 제공
▲ 지난 6월 삼대가효 프로그램에 참여한 조부모 일일강사 이윤석 씨가 딸(이승민)과 손자(이지성)에게 효의 유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한국효문화진흥원 제공

김 단장은 대전지역의 특징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그는 "우리나라 성씨는 김·이·박이 많을 테지만 대전 효행인물은 은진 송씨(恩津 宋氏)가 가장 많았다"며 "전국적으로는 여흥 민씨(驪興 閔氏)와 충주 박씨(忠州 朴氏)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또 "대전의 효는 동춘당(同春堂)을 그 중심으로 볼 수 있지만, 이사동의 재실과 무수동의 안동 권씨(安東 權氏) 관련 자산, 도산서원(道山書院) 등도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전시 대덕구 송촌동에 있는 '동춘당'은 조선 중기 건축물로 보물 제209호로 지정돼 있다. 이 건물은 조선 효종 때 병조판서를 지낸 송준길(宋浚吉)이 자신의 호를 따서 지은 것으로, 선비의 기질을 잘 나타낸 간소한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효문화자산이라면 그 어떤 곳 그 어느 것이나 소중한 김 단장이지만, 특히 무수동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눈빛이 더 반짝였다. 그는 "무수동의 거업제(居業濟)와 여경암(餘慶菴) 그리고 산신당(山神堂)은 유교와 불교 그리고 도교 등 3교 합일의 효문화자산"이라며 "이는 대전만의 특징으로, 다른 지역은 유학적 세계관이 중심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무수동'에 대해서 김 단장은 그 애착만큼 아쉬움도 컸다. 인근의 현대식 건물이나 비닐하우스 등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입구에 떡하니 들어선 공공기관의 시설이나 위치가 참 난감한 주차장과 화장실, 마치 38선처럼 중간을 갈라버린 도로 등이 그 아쉬움의 이유다. 그는 "문화재 중심의 공간 활용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며 "개발은 파괴가 아니라 철저히 복원의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김 단장과는 무수동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조만간 '효문화신문'을 통해 더 자세히 소개할 것을 약속한다.)

인터뷰가 말미에 접어들면서 질문은 '앞으로'에 대한 것으로 이어졌다. 효문화연구사업단은 현재 효행장려법 개정과 효문화자산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등을 추진 중이며, 유·무형 효문화자산 전수조사와 관련한 후속연구도 이어갈 계획이다. 김 단장은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당초 5개년 계획이었지만, 유네스코 한국지부 등에 문의해보니 3년 안에 이뤄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효문화신문'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묻는 질문을 김덕균 단장에게도 던졌다. "효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그는 "효는 상호적 배려와 존중으로, 사랑과 공경이 오늘날 효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며 "예전의 효는 일방적 순종이 강요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젊은 층이나 여성 등의 일방적 희생은 지양돼야 한다"고 단언했다.

끝으로 김 단장은 "효와 그 유·무형자산들은 버려진 옛날 것이 아니라 지금도 전승되고 있다. 아마도 그 대표적인 예가 대전시민의 잔치로 승화된 뿌리축제일 것"이라며 "대전은 효문화의 중심지다. 그 명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 역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노진호 기자 windlak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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