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철 충남도의회 교육위원장

맹렬했던 불볕더위가 어느덧 한풀 꺾였지만 현해탄을 건너 들이닥친 '경제왜란'으로 대한민국은 여전히 뜨겁다. 일본은 올해 7월 4일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에 대한 1차 수입규제 조치를 취한데 이어 8월 2일 대한민국을 수출우대국(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 일본은 전략물자관리 미흡에 따른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지난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무역 보복 행위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도둑놈이 오히려 큰소리치며 몽둥이를 든 셈이다.

'경제왜란' 이후 일본제품 불매를 비롯한 '보이콧 일본' 운동이 국민들 사이에 자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종전과 달리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되면서도 파급효과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오늘 우리가 만들고 싶은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다짐한다고 밝혔다. '경제왜란'을 겪고 있는 오늘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국민들이 나섰고 지방의회를 비롯한 자치단체가 일본정부의 부당한 처사를 중지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이에 필자는 정부의 정책방향에 동참하면서 국민들의 '보이콧 일본' 운동과 궤를 같이 하기 위해 '충남도교육청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를 대표발의 했다. 대일항쟁기 당시 일부 전범(戰犯) 기업들은 우리 국민들의 노동력을 강제로 동원해 막대한 이윤을 남겼으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날리고 있으나, 그 피해자들에게 공식사과나 배상은커녕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 재외공관 대사들에게 현지 유력 언론을 통해 우리 대법원 판결이 부당하다고 알리고 있다.

이렇듯 일본은 반인륜적 침탈행위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배상은 하지 않은 채 경제전쟁을 촉발했다. 중국은 일본 전범기업의 공식사과와 배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발주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압력을 행사해 일본기업이 공식사과와 배상을 했고 유대인들은 독일의 사과와 배상을 받을 때까지 독일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였다. 이에 국민들의 세금으로 구입하는 공공구매 만큼은 전범기업 제품 사용을 지양하는 문화를 정착시키자는 것이 조례의 골자다.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정부수립 100주년, 광복 74주년이 되는 해다. 기나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일제의 잔재, 특히 일본 전범기업 제품은 우리생활 깊숙이 파고들었고 우리는 그것을 망각한 채 살아가고 있다. 서애 유성룡은 참혹한 임진왜란을 겪고 '징비록'을 썼다. 같은 재앙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다짐에서다. 그러나 조선은 치욕스런 기록이라며 금서로 낙인찍고 봉인했다. '경제왜란'에 맞닥트린 정부가 역사 속에서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바라는 꿈이자 소망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대한민국 정부의 냉철한 현실 인식과 치밀한 전략수립이 전제되어야 한다. 탈(脫)일본을 넘어 세계 속의 대한민국으로 우뚝 솟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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