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단체 거치며 관리주체 애매
보조금 집행 서류 의존해 파악
새로운 관리체계 구축 시급 지적

[충청투데이 선정화 기자] <속보>=대전지역 한 장애인 야학의 주먹구구식 정부 보조금 운용과 유용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5·6일자 3면 보도>

정부 보조금 지원 사업은 다단계식으로 몇개의 기관·단체를 거쳐 관리되면서 관리 주체도 애매하고, 지자체 보조금 역시 보조금 집행 내역을 해당 기관이 제출한 서류에만 의존하고 있어, 새로운 관리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8일 교육부와 대전시, 대전교육청 등에 따르면 정부 보조금 유용 사태가 드러난 A 야학은 올해 교육부 특수교육원이 주관한 시범사업에 선정돼 보조금 6000만원을 지원받았다.

또 대전시교육청과 대전시로부터 각각 2000만원과 1000만원의 운영비를 추가로 지원받고 있다.

앞서 A 야학은 특수교육원 시범사업을 운영하면서 특정 급식업체와 학생 급식을 체결했다.

하지만 실제 급식은 받지 않은 채 일명 ‘카드깡’ 방식으로 돈을 돌려받았으며, 이를 대신해 인근 학교 급식 후 남은 음식을 학생들에게 제공해 비난을 사고 있다.

우선 특수교육원이 주관한 ‘시도별 장애인 평생교육 일반화 모델 개발’ 시범사업은 전국 17개 시·도에 총 59개 프로그램이 선정·운영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총 17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 사업은 특수교육원이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에 의뢰하고 중부대 산학협력단을 거쳐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연구본부(이하 연대본부)를 통해 관리되고 있다.

중부대 산학협력단이 실무 연구를 담당하고 보조금 집행 내역에 대한 관리는 연대본부가 하는 방식이었다.

보조금을 지원받은 기관이 월별로 영수증 등 근거 자료를 연구본부, 중부대 산단, 교육부의 최종 승인을 거쳐 매월 15일 정산됐다.

중부대 산단 연구사업팀 관계자는 “이번 시범사업과 관련해 전국 20여개 사업수행기관을 관리하고 있다. 직접 연락해 세세한 것까지 파악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면서 “전반적인 실무업무는 연구본부가 수행하고 있었다”고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이 사업을 주관한 특수교육원 역시 지난 5월 이번 사업 수행기관이 선정된 이후 한두 번 실시하는 형식적인 현장 점검과 워크숍이 전부였다는 게 시범사업 관계자의 전언이다.

A 야학에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는 시와 시교육청도 그동안 보조금 집행에 대한 현장 검증은 단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보조금에 대한 명확한 관리·감독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동기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조금 지원 대상 단체는 더 엄격히 관리감독해야 한다”며 “대부분 운영이 어려워 편법과 불법을 통해 운영비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양성욱 대전세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복지시설을 정부가 직접 운영하지 않는 이상, (이번 사태는) 민간영역 단체에서 매우 오랫동안 발생돼 왔던 고질적인 병폐”라며 “단체가 작정하고 리베이트 등의 방식으로 보조금을 불법적으로 유용했다면 감사를 하더라도 모두 밝혀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시스템(e나라도움) 도입을 통해 보조금 지원 기관 선정에서 사후관리까지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정화 기자 sj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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