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흥동성당 조정형 씨
매일 120개 계단 올라 타종
50여 년 봉직… 22일 마지막

▲ 대흥동 성장 종탑 내 종 모습. 문화재청 제공
▲ 대흥동 성장 종탑 내 종 모습. 문화재청 제공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대전 대흥동성당의 종지기 조정형(73·사진) 씨가 50여년 만에 종을 내려놓는다. 반백년의 세월동안 대전 구도심을 평온하게 울리던 조 씨의 종소리는 세월의 흐름 앞에 자동화 돼 기계가 대신하게 됐다.

8일 천주교 대전교구 주교좌는 대흥동성당에서 50여 년간 종지기로 봉직해 온 조정형 씨가 오는 22일 미사(오전 10시)의 시작을 알리는 타종을 끝으로 은퇴한다고 전했다.

1960년대 한국 모더니즘 성당건축의 사례로 등록문화재 제643호로 지정된 대흥동성당은 1919년 설립돼 올해 100주년을 맞았다. 1969년 종지기를 시작한 조정형 씨는 그 절반의 역사와 함께했다.

조 씨는 바로 이곳 종탑을 지켜온 시계추나 다름없었다.

평일은 정오와 오후 7시, 주일인 일요일은 오전 10시, 정오, 오후 7시 각 세 번씩 종을 울려왔다. 매일을 정해진 시간에 종을 친 그의 모든 생활은 성당의 종을 중심으로 맞춰졌다.

성당과 교회를 통 털어 수십 년 간 이렇게 녹음이 아닌 사람이 직접 일정 시간에 종을 치는 경우는 대흥동성당이 유일하다. 그렇게 대흥동성당의 종소리는 대전 구도심의 상징이 됐다.

조 씨는 매일 120개의 종탑 계단을 걸어올라 성호를 긋고 기도한 후 시간에 맞춰 종을 울려왔다. 쉰 살에 종지기 일을 시작한 그는 어느 덧 일흔을 훌쩍 넘겼다.

기계도 사람도 세월의 흐름 따라 변하듯 대흥동성당 측은 타종을 전자식으로 바꿀 수밖에 없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그리고 그 시기를 100주년으로 정했다. 이에 오는 22일(주일) 조정형 씨의 마지막 타종을 끝으로 대흥동성당 종의 수동화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성당 관계자는 “타종 방식을 전자식으로 바꾸고 기존 3개의 종에 8개의 작은 종을 더 추가하는 공사를 진행해 연말부터 다시 타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조정형 씨는 은퇴 후 대흥동성당 박진홍 신부와 함께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올 계획이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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