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00명 이상 목숨 끊어
개인여건·정신문제로만 분석
사회·경제적 대책 변화 필요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충남은 1996년부터 매년 자살률 역순위 평가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2017년에는 10만명당 31.7명으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한국사회조사에서는 자살의 원인을 경제적 여건과 정신·신체적 건강, 가족 관계 등으로 나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통계들은 국내 자살률이 최고치로 치솟았던 산업화 시기와 그 전·후의 기록, 그리고 변화하는 사회적 담론과 복합적인 요인을 담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최근 여론은 자살을 개인의 정신병리 또는 경제적 문제로만 부각하면서 사회 구조적 문제의식에서는 멀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자살 문제가 전 영역에 걸친 범사회적 이슈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이유와 향후 나아갈 방향 등을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

上.변화하는 사회적 관점, 되돌아봐야

中. 자살위기, 누구나 겪을 수 있다

下. 모든 영역의 문제 함께 해쳐나가야

충남에서는 매년 600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매년 1만 2000명 이상의 자살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원인 분석은 사회 구조적 문제보다도 개인이 처한 여건이나 우울증 등 정신건강의 문제에 치우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회 환경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진단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범사회적 움직임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자살과 통치성, 한국사회 자살 담론의 계보학적 분석'(연세대 정승화·2012) 논문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자살에 대해 논의하는 담론을 지속적으로 변화시켜왔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정신의학적 담론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면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과 사회적 성찰은 무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60년대부터 한국의 자살률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었고 1985년 인구 10만명당 31.9명으로 수직 상승했다. 이 시기 사회적 담론들을 살펴보면 일제강점기에는 자살 문제가 자본주의와 식민주의의 착취가 빚어내는 생활고에 대한 비극으로 논의됐고 급속한 산업화 시기에는 노동자와 서민들의 부당한 억압과 착취를 고발하는 항변으로 자살이 시도되면서 정치적 저항으로서의 의미가 강화됐다.

특히 '사회적 타살'이라는 용어가 제기되는 등 자살자 개인에 대한 비난이나 단죄보다 사회적 환경과 빈곤, 불평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구조에 대한 비판과 성찰이 큰 의미를 가졌다.

그러나 유신체제와 IMF 경제위기를 거치며 자살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억압됐고 자살은 정신질환과 결부된 정신의학적 치료 대상으로 부각됐다.

이에 대해 정승환 박사는 "자살에서 생명체의 죽음 이외의 어떠한 정치적 의미도 읽어내지 못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며 "우리 사회가 한 때는 정치적 행동으로 읽혔던 인간의 행동에서 그저 '맨목숨'(bare life)의 소멸만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충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이와 관련해 자살은 심리적이고 사회 환경적인 요인들이 적어도 세 가지 이상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살에 이르는 과정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개인을 비롯해 지역사회와 국가의 노력 여부에 따라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도윤 충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자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대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국내 자살예방정책은 경제문제 대책이 우선순위에서 배제됐고 자발적인 자살예방 활동을 적극 지원하지 못해 민관 협력체계가 마련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지나치게 경쟁적인 사회 문화와 승자독식구조는 사회정의와 공동체를 심각하게 손상시키고 있다"며 "자살예방정책은 사회적 문화와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정책도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