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큐레이터는 문화예술을 연구, 수집, 전시, 보존하는 전문가다. 큐레이터가 일하는 미술관과 박물관은 지역의 문화상징이다. 큐레이터의 분명한 역할이자 보람은 좋은 예술에게 빛을 주는 것이다. 큐레이터는 궁극적인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류애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큐레이터는 흥행하는 전시를 수입하거나, 한 작가를 스타로 만들거나, 작품의 매매로 수익을 올리는 것 이상이어야 한다.

큐레이터(curator)의 어원은 라틴어로 ‘돌보다’라는 어원에서 나온 단어로서, 예술을 돌보는 사람을 의미한다. 영국박물관은 공식적으로 'keeper(지키는 사람)'를 사용한다. 불어권은 'conservator(보존가)'를 사용한다. 유럽은 보존을 잘 하는 직업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뮤지엄의 성립과 함께 생겨난 직업이다. 큐레이터는 학예연구사(學藝硏究士)로 번역되면서, 예술을 배우고 연구한다는 의미가 강조됐다. 최근 큐레이터는 크리에이터로서 디지털 데이터 등과 같이 다루는 대상을 무한히 확장하고, 사회의 변화를 열어가는 문화의 최첨단에 있다.

큐레이터는 인본주의자다. 큐레이터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인간애’다. 내가 큐레이터로서 추구하는 공감미술은 인간애에서 나온다.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에 토대를 두고, 나의 심금을 울린 감동을 다른 사람과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 내가 감동하지 않은 것은 그 누구도 감동시킬 수 없다. 큐레이터의 마음가짐은 인류애를 품고 시대와 사회에 의미있는 질문을 할 수 있는 혜안과 답을 찾아내는 진지함이다. 질문과 답을 찾는 여정에서 홍진 (紅塵 세속적인 먼지들)을 없애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큐레이터는 학자다. 큐레이터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전문가이여야 한다. 큐레이터에게 필요한 성격은 호기심이 많고, 궁금해 하고, 물어보고, 배우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예술은 무궁무진하게 다양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호기심은 선입견을 없애고 새로운 세계에 몰입하게 한다. 외국경험도 좋다. 배우는 것도 좋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태어나서 자란 이곳을 위해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가슴 벅차게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큐레이터는 예술가의 동반자다. 큐레이터는 현대미술의 매력이자 어려운 점은 현재 활동하는 작가 분들의 작품이 전시 대상이 되고, 비평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큐레이터는 예술가와 함께 미적 특질인가를 고민하며, 그 표현에 함께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면서도, 마음 속에 사사로움을 제거하는 동양미학의 ‘사무사(思無邪)’, 유럽미학에서 제안한 '무사심성(disinterest)'를 마음 속에 둔다.

큐레이터는 문화외교관이다. 큐레이터는 외교관과 같이 국제무대에서 서로 다른 상대와 조정과 타협으로 자국의 이익을 확보하면서도 공동의 목적을 추구한다. 문화외교관으로서 공감이란 모든 사람들이 한가지 감정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니다. 다들 생각과 느낌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존중하는 공감이다. 이걸 서로 다른 감정을 인정해야, 소통보다 조정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진정한 큐레이터의 능력은 조정과 협상능력이다.

큐레이터는 문화경영인이다. 가장 좋은 결과인 시대의 미술을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간다. 큐레이터는 한정된 재원을 가지고 어떻게 협업할 때 가장 극대화된 결과를 낼 수 있는지 분석한다. 문화는 예술가, 이론가, 큐레이터, 교육가, 수집가, 후원자, 보존전문가, 홍보전문가와 언론인, 경영인, 행정가 등과 모두 함께 사회적인 협업으로 만들어지는 결실이다. 이렇게 다양한 큐레이터의 특징을 종합해보면, 큐레이터는 문화로 일상생활을 예술로 풍요롭게 만드는 길을 열어가는 문화활동가인 바로 우리 자신이다. 큐레이터처럼 살아가는 그 길에 여러분을 초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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