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 vs 보스턴 레드삭스 4연전
양 팀 악연 압축한 2003·2004 ALCS

메이저리그 ‘전통의 라이벌’, ‘최고의 빅매치’ 뉴욕 양키스(이하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이하 보스턴)가 맞붙는다.

양키스와 보스턴은 7일부터 오는 10일까지 레드삭스 홈구장인 펜웨이파크에서 올 시즌 마지막 4연전을 치른다. 100년을 넘게 질긴 인연을 이어온 양 팀이지만, 올 시즌은 완벽한 양키스의 우세다.

양키스는 현재(5일 기준) 92승 49패 승률 0.652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반면 ‘디펜딩 챔피언’ 보스턴은 75승 64패 승률 0.540으로 양키스와 탬파베이에 이은 동부지구 3위에 그치고 있다. 또한 시즌 상대전적에서도 양키스가 11승 4패로 우위에 있다.

양 팀의 라이벌 역사는 베이브 루스에서 시작됐다. 1920년 당시 보스턴 구단주 해리 프레이지는 야구 보다는 브로드웨이 공연에 관심이 많았다. 공연 제작비용과 보스턴 구단 인수 당시 받은 대출로 자금 압박이 심했던 프레이지는 결국 12만5000달러에 베이브 루스를 양키스에 팔아버렸다. 또 프레이지는 루스를 넘기는 대가로 펜웨이파크를 담보로 해 30만달러를 추가로 받았다.

보스턴 팬들은 분노했지만, 베이브 루스를 데려온 양키스는 흥행 대박을 터트리며 새 구장도 짓고 좋은 선수들도 끌어 모았다. 그리고 1918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보스턴은 이후 2004년까지 다시는 정상에 서지 못한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밤비노의 저주(Bambino's curse)’이다. ‘밤비노’란 루스의 얼굴이 아기 같다는 데서 유래된 말로 이탈리아어로 어린아이란 뜻이다.

양키스와 보스턴의 ‘악연’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2003년과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를 소개한다. 이번 맞대결을 보기 전 유튜브 등을 통해 이 명승부를 찾아본다면 야구를 보는 재미가 배가될 것이다.

2003 ALCS는 1999년 ALCS 이후 4년 만의 리턴매치였다. 1999년에는 양키스가 보스턴을 꺾었으며,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그 해 양키스는 101승 61패로 AL 최고승률을 기록했고, ‘에이스’ 로저 클레멘스는 통산 300승과 4000탈삼진의 금자탑을 쌓았다. 보스턴은 95승을 기록하며 와일드카드로 가을야구에 합류했다. 이 해는 한국산 핵잠수함 김병현이 보스턴에 합류한 시즌이기도 하다.

양키스타디음에서 열린 1·2차전은 양 팀이 1승씩 나눠가졌으며, 펜웨이파크에서 진행된 3~5차전에서는 양키스가 2승을 챙기며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앞서갔다. 하지만 보스턴은 적지에서 열린 6차전에서 9-6으로 승리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리고 대망의 7차전. 보스턴은 8회 초까지 5-2로 앞서며 밤비노의 저주를 풀 기회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보스턴의 리틀 감독은 100개를 넘게 던진 선발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너무’ 믿었고 그 대가는 컸다. 페드로는 8회 데릭 지터와 버니 윌리엄스, 마쓰이 히데키, 호르헤 포사다에서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동점을 내줬다. 그리고 연장 11회 말. 현재 양키스 지휘봉을 잡고 있는 애런 분이 타석에 들어서 상대투수 팀 웨이크필드의 69마일짜리 너클볼을 통타해 좌측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포를 날렸다.

2004 ALCS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유일한 ‘리버스 스윕(3패 후 4연승으로 7차전 시리즈를 뒤집는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보스턴은 1~3차전을 7-10, 1-3, 8-19로 내주며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3-4 지고 있던 4차전 9회 말 드라마가 시작됐다. 볼넷으로 출루한 케빈 밀라 대신 데이브 로버츠(현 다저스 감독)가 나왔고, 4번의 견제를 뚫고 도루를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바꿨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더 스틸(The Steal)’. 이후 빌 뮬러의 적시타로 보스턴은 동점에 성공했고, 12회 말 터진 오티즈의 투런포로 경기를 뒤집었다.

보스턴은 이어진 5~6차전을 5-4, 4-2로 승리하며 시리즈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그리고 적지에서 열린 7차전. 초반부터 보스턴의 방망이를 불을 뿜었고, 1회 초 오티즈의 2점 홈런과 2회 초 자니 데이먼의 만루포로 사실상 승부를 끝냈다. 이날 보스턴은 10-3으로 양키스를 꺾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고, 세인트루이스에게 4연승을 거두며 밤비노의 저주를 풀었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 양키스와 보스턴. 물론 올 시즌은 양키스가 앞서 있지만, 사실 이들의 대결에 있어서 그런 것은 참고사항일 뿐이다. 올해 마지막으로 펼쳐지는 두 팀의 대결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노진호 기자 windlak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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