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

아침저녁 부는 바람이 제법 선선해졌다. 덥다고 아우성치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가을이 오는 길목을 즐기는 여유마저 생겼다. 무덥던 날들을 이겨내고 모진 비바람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던 나무들은 비로소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진정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 부를 만하다.

우리는 가을이 되면 왠지 모를 쓸쓸함과 한 해가 다 되어가는 아쉬움을 토로하게 된다. 올 초 세웠던 계획들이 흐트러짐 없이 진행되고 있는지, 연말 즈음이면 좋은 결과물을 수확할 수 있을지 뒤돌아보고 숨 고르기를 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큰 부담과 마음의 짐을 안고 가을을 맞이하는 이는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이다. 갈수록 좁아지는 문을 뚫고 취업이라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오늘도 열정을 태우는 취준생들, 도서관과 학원을 전전하며 고3 수험생보다도 더 바쁘고 힘들게 버티는 젊은이들이 지금 청년의 모습이다.

지금 청년들에게 가장 급박한 일은 하루라도 빨리 꿈을 이루는 것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꿈이 아닌 취업일지도 모른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고시촌은 지금도 수험생의 발걸음이 넘쳐나고 있다. 종류별 자격증을 취득하고 외국어 실력을 쌓는 학원도 문전성시다. 면접시험을 위해 이미지메이킹에 스피치 연습까지 한다. 이렇게 준비에 준비를 더해 사회에 첫발을 내딛지만, 취업에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창업을 하려 해도 초기 자금과 경험 부족으로 주저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어렵고 힘든 시기일수록 우리는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소통의 창구를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난 5월 시의회에서 ‘대전시 청년 기본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발의한 것도 그러한 뜻에서 출발했다.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청년정책위원회 위촉위원 중 청년 비율을 높여 시정 참여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또 정책 결정 과정에서 청년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얼마 전 시의회 본회의장에 대전 청년들이 모였다. 청년 문제 개선을 위해 스스로 고민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대전청년 의회'다. 사실 이번 행사가 처음 열린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 한 차례 개최해, 그 자리에 함께한 필자도 위풍당당한 청년의 모습을 확인한 바 있다. 이때 청년들이 제안한 8건의 정책과 자유발언 중 일부는 시 관련 부서에서 수용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이를 통해 지역 청년들은 정책의 주변인에서 주체자로서 역할이 변화되었고, 그들이 빚어낸 결과물이 다시 지역 청년들에게 돌아갈 수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청년 정책에 있어 그 당사자가 주체자로서 시정에 참여하는 것은 청년을 위해서도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 입장에서도 좋은 방법이다.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제안하는 정책과 아이디어는 좀 더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뜻이 반영된 정책은 더 큰 공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정책을 마련하는 관(官)의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올해 행사에 함께한 청년들은 좀 더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여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중 '대전 청년들을 위한 주거정책의 방향성'과, '대학생들의 지역 애착심 고조를 통한 대전 정착'은 청년 주거복지를 실현하고 젊은이들의 탈(脫)대전화 현상을 감소시킬 수 있는 좋은 대안으로 생각된다. 그 외에도 대전의 청년 정책에 반영되면 좋을 의견들이 다수 제안되어 올해도 향후 결과에 대한 전망이 밝은 편이다.

청년의 또 다른 이름은 '대전의 미래'다. '함께하는 청년, 나아가는 대전'이란 올해 대전청년 의회의 슬로건처럼 청년과 함께할 때 대전 발전도 가능해진다. 그래서 청년들의 정책 참여 기회를 늘릴 수 있는 소통 창구의 다변화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청년과 함께 만든 정책은 보다 좋은 성과를 내는 결과물로 그들에게 다시 돌아갈 것이며, 더 밝은 대전의 미래를 만들어 줄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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