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헤게모니'. 탄생지인 이탈리아어로 'Egemonia(에게모니아)', 영어로 'Hegemony(히저모니, 히게모니)', 독일어로 'Hegemonie(헤게모니)’이다. ‘헤게모니’는 영어 ‘Hegemony’의 독일어 발음이다. 표기와 발음의 불일치이다. 많은 학자가 ‘Hegemony'라 표기하면서 발음은 헤게모니, 발음과 표기에 뭔가 좀 앞뒤가 뒤틀린 느낌이다.

헤게모니의 뜻은 '지배권 또는 패권(覇權)'이다. 헤게모니의 주체가 국가나 집단 등 물리적일 수도 있고, 문화나 가치 등 정신적일 수도 있다. 헤게모니는 국가 내에서도, 국가 간에도 일어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은 세계 경제를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이다. 우리에겐 기회일 수도 위기일 수도 있다.", "중국 고대 국가 주(周)가 붕괴한 근본 이유는 제후국에 대한 헤게모니 상실에 있었다."

헤게모니를 학술용어로 정착시킨 학자는 이탈리아 공산당 창설자, 안토니오 그람시(Gramci)다. 그는 1926년 무솔리니에 대한 암살 혐의로 파스시트 정권에 의해 투옥 상태에서 ‘옥중수고’를 집필했다. 이 책에서 처음 헤게모니 개념을 발전시켰다. 자본가 계급이 노동자 계급을 통제하거나 지배하는 의미로 헤게모니를 사용했다. 통제와 지배의 주체는 객체의 자발적인 동의나 합의를 통해 헤게모니를 창출한다. 헤게모니 주체는 힘의 논리는 물론 제도나 법, 사회의식 등으로도 헤게모니의 정당성을 끌어낸다는 점이 권력 행위(주체의 객체에 대한 강제력 )와 다르다. 그는 노동자 계급이 자본가 계급을 타도하기 위해서, 공산화를 위해서는 자본가 계급 헤게모니에 대항하는 헤게모니(counter-hegomony) 개념을 발전시켰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이 대항 헤게모니였다. 파시스트 정권을 무너뜨리고 사회주의 정권 창출을 위한 진지 구축을 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실패했지만 말이다.

요즘 우리 정치가 헤게모니 싸움이다. 기득권자의 헤게모니와 기득권을 붕괴하려는 대항헤게모니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당성 없이 제멋대로 형성된 기득권자의 헤게모니와 이런 헤게모니에 불합리하게 통제되고 있는 대항 헤게모니의 지루한 싸움이다. 어느 것이 이길까.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