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선 충남 논산시장

논산시 벌곡면 신양리에 위치한 폐기물처리업체는 지난 10여년간 전국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을 수거하여 소각하는 의료폐기물 전문업체를 운영해 오던 중 시설 노후화에 따른 설비교체를 이유로 기존 시간당 처리능력 410㎏을 1.5t의 소각시설로 4배 증설해 일일처리능력 36t까지 가능한 폐기물 중간처분업 변경허가를 2013년 환경부 산하 금강유역환경청장으로부터 받았다. 이를 근거로 사업자측은 논산시에 도시관리계획(폐기물처리시설) 결정을 위한 입안 제안을 요청했다.(‘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규정에 따라 시간당 처분능력 1t이상의 소각시설을 갖추게 되면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여야 함)

이에 따라 논산시는 지방도시계획위원회의 전문가들로부터 사전자문을 받았으며, 벌곡면은 녹색관광 및 건강마을로 조성하기로 계획된 2020년 논산시 도시기본계획에 조차 위배되는 도시관리계획(폐기물처리시설) 입안제안을 받아 줄 수 없다고 사업자에게 통보(2014년)해 폐기물처리시설의 증설을 막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금강유역환경청로부터 환경오염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받아 변경허가를 받았다는 사유 등으로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까지 거쳤으나 모두 기각되어 시민·전문가·시의회·공공기관 모두가 증설을 반대하는 도시관리계획 결정의 행정절차를 이행할 수밖에 없었다.

도시관리계획 결정의 절차를 진행하면서 벌곡면 주민들의 절대적 반대의견과 논산시의회의 강력한 반대 입장에 대하여 사업시행자는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3차례에 걸쳐 진행한 논산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조차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환경보전방안 마련 및 객관적 근거자료 제시 등이 미흡한 사유로 부결 처리됐다. 논산시에서는 이를 근거로 2018년 도시관리계획(폐기물처리시설) 결정을 최종적으로 거부 처분한 바 있다.

이에 해당 사업자는 도시관리계획 결정 거부처분이 부당하다고 하며 국민권익위원회 및 충청남도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 청구와 대전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각각 청구했다. 충청남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6월 청구인(사업시행자)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재결서를 논산시에 통보했다. 즉 논산시는 ‘행정심판법’ 제49조 재결의 기속력에 따라 도시관리계획(폐기물처리시설) 결정 거부를 취소해야 할 난처한 입장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의료폐기물처리시설이 설치되면 지역특산물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등 지역 주민의 환경과 생활의 상당한 침해가 우려되고, 하루 36t을 처리하는 소각장 운영에 따라 발생하는 다이옥신,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수은 등이 기준치 이하로 배출되더라도 계속적·장기적으로 노출되면 인근 주민 및 농작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검증된 자료가 없는 여건이다. 소각시설 운영 중 예상치 못한 사고로 대기오염물질 배출될 경우 돌이 킬 수 없는 치명적인 환경침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단순한 님비현상에 편승해서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최소한 기피시설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입장에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객관적인 대책과 논리가 없는 상황에서도 지방정부의 최종 책임자인 시장은 기피시설 증설을 불가피하게 승인해 줘야 하는 형편에 놓여있다.

이는 관련 제도상에 커다란 허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현 거주민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후손들에게 조차 부끄럽지 않고 당당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해 발생할 수 있는 미래의 인재사고 발생 시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의료폐기물처리시설 증설 및 신규 설치와 관련해서는 인체 감염우려가 큰 의료폐기물의 원거리 이동과정에서 발생될 수 있는 불의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권역별로 단거리 이동을 통해 처리토록 규정해 국민보건을 높여갈 수 있는 ‘폐기물 관리법’의 개정을 최우선적으로 건의한다.

아울러 폐기물중간처리업체의 사업허가를 위해 중앙부처나 금강유역환경청에서 인·허가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에 사후 통보가 아닌 현장에서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주민의 생명을 지키고 주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지방분권이며, 자치인 것이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는 우리에게 큰 반성을 하게 했다. 지방정부가 각 지역별로 그 지역 실정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갖고 즉각 대응하였다면 이렇게 큰 사건으로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앙과 지방 그 어느 쪽도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뼈아픈 경험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바뀌어야 한다. 지방분권은 정부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나눠주는 것이 아니다. 중앙 중심적 사고를 버리고 지방을 국가발전을 위한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 지방에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주어 현장의 상황에 맞게 지방행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주권자인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더 나은 주민의 삶을 위해 끝까지 힘을 다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지방자치와 분권은 되돌릴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