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수많은 공연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무대에 오르는 요즈음 과연 우리는 어떤 공연을 선택하게 되는 것일까. 공연장에 가는 일이 일상인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에게 공연을 본다는 것은 특별한 기대감을 갖고 가야하는 이벤트임에 틀림없다. 관객의 설레는 마음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공연은 후속편은커녕 예술과 문화에 대한 기대감을 접게 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하니 공연 한 편이 지닌 가치는 값으로 따질 수 없다.

지난 달 17일 서울 흰물결 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클래식 뮤지컬, ‘잃어버린 신발 열 켤레’는 작은 호기심이 풍성한 결실을 안겨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되는 공연으로 주목된다. 우선 클래식 뮤지컬이라는 다소 낯선 용어에 대한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

통상 오페라는 16세기 말 17세기 초 발생해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클래식음악으로 분류되고 뮤지컬은 비교적 근현대에 출현해 대중음악에 속한 것으로 보지만, 근래에는 그 영역을 서로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오페라와 뮤지컬이 다양한 형태로 결합되고 있다. 즉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는 성악가의 발성기법 차이로 마이크를 사용하는지 여부, 극 중 모든 대사가 레치타티보와 아리아로 노래하는지 여부, 대부분의 뮤지컬이 보여주듯 상업성과 대중성에 치중해 관객을 향한 다양한 볼거리와 연극적 요소가 강조되는지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최근에 클래식 뮤지컬뿐 아니라 뮤지컬과 오페라를 결합했다는 ‘뮤페라’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공통적으로 두 장르가 음악과 극이 결합된 음악극에서 출발했고 양쪽의 장점을 취하고자 시도했기 때문이다. 형식에서는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고전적인 오페라 틀을 벗어던지고 내용에서는 주요 오페라 아리아와 클래식음악을 넣어 적재적소에 마이크를 사용해 전달력을 극대화시켰다. 그렇기에 클래식 뮤지컬은 궁극적으로 관객이 극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클래식음악을 듣고 감상할 수 있는 구조로 이뤄져있다.

‘잃어버린 신발 열 켤레’에 등장한 음악들은 오랜 시간 사랑받은 오페라의 아리아를 한국어 가사로 바꾸고 친숙한 클래식음악이 장면에 맞춰 삽입됐다. 단순히 가사만 한국어로 바꾼 게 아닌, 극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가사가 창작됐다.

모차르트 오페라 아리아의 품위있고 발랄한 아리아도 놓칠 수 없는 주요 레퍼토리였다. 딱 필요한 소품과 배경 영상을 활용해 관객이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대사로 진행되는 부분은 마이크를,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는 부분은 육성으로 해 성악가들의 음악적 기량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다. 피아노, 바이올린, 플루트, 첼로 4명의 연주자들이 생생하게 음악을 재현했으며 바리톤, 소프라노, 테너 3명의 성악가들은 성공적으로 음악극을 주도해나갔다.

무엇보다도 최소한의 성악가와 반주자로 구성된 뮤지컬이 인적, 물적 자원으로 압도하는 여느 화려한 뮤지컬보다 더 큰 감동이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것은 ‘잃어버린 신발 열 켤레’가 단순히 클래식음악을 알리고 전달하려는 뮤지컬이 아닌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클래식음악에 담아 강력한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다. 40년 전 잃어버린 신발 열 켤레를 과연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찾을 수 있을까?

한없이 커져버린 호기심을 관객의 마음에 휙 던져놓고 시동을 건 뮤지컬! 과연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보는 진실과 맞닿아있다. 음악가들의 열연과 잔잔하지만 재치있는 대사로 지루할 틈 없이 흐른 클래식 뮤지컬 ‘잃어버린 신발 열 켤레’는 그렇기에 음악적 감동을 넘어 삶의 가치와 공연이 지닌 무한한 값어치를 다시금 생각게 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