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식 효문화신문 명예기자·대전효지도사협회 교수

뿌리 없는 나무가 없고 근원 없는 샘이 없듯이 이 세상에 부모 없이 태어난 사람은 없다. 부모님께서 나를 낳아 사랑과 지극정성으로 길러주신 은혜에 보답하는 것은 자식의 도리이며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다. 모름지기 효도(孝道)란 부모님의 마음을 편안히 하고 즐겁고 감동을 드리는 것이 효다.

그럼에도 필자는 부모님 생존 시 자식으로서 효를 다하지 못해 풍수지탄(風樹之嘆) 격으로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 자성(自省)과 성찰의 심정으로 봉사할 곳을 찾다보니 마침내 어르신들의 안식처인 '서구노인복지관'(관장 장곡스님)이 시야에 들어왔다. 대전시 서구 탄방동 남선공원에 위치한 복지관은 300여명의 어르신들이 매일 무료로 중식을 제공받고 있어 나의 생각과 딱 맞아 떨어졌다.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은 섬기는 방법을 발견한 사람이다'라는 슈바이처의 말처럼 진정한 행복은 타인에 대한 나눔에서 온다고 평소에도 늘 마음먹고 있어 퇴직 후 지금까지 14년을 기회만 있으면 한국효문화진흥원 문화해설사를 비롯해 한밭수목원 안내해설, 복지관 지하식당 배식·청소 등 닥치는 대로 열심히 일하다 보니 '밥퍼 아저씨'라는 훈장과도 같은 별호를 얻었다.

맛있게 식사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보람을 느끼지만 때론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가마솥 폭염과 혹한의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사계절 변함없이 복지관을 찾아오시는 어르신 가운데 유난히 굽은 허리에 지팡이로 몸을 의지한 고령의 할머니를 잊지 못한다. 항상 밝은 모습에 식사 후 감사 인사를 잊지 않던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현듯 하늘나라로 소천하셨다는 안타까운 비보(悲報)에 어머님 생각이 나 더 안타까워했다.

삶의 질이 향상돼 식생활이 개선되고 의료기술이 발달해 평균수명이 늘었지만 한계가 있다. 누구나 한 번은 사랑하는 가족 곁을 떠나야하는 만고불변(萬古不變)의 법칙으로 그토록 밝고 인자한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데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점철돼 쉽게 지을 수 없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한편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어떻게 처신해야하는 값진 인생 교훈도 얻었다. '아름다운 저녁노을은 봄에 핀 꽃보다 낫다'는 말처럼 노인은 노인다워야 대접받는다는 사실을 자원봉사를 통해 체험했다. 노인들은 자칫 사회 무능력자로 인정돼 폄하된 사고방식에 하대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이 어른답지 못하고 나이가 많다는 이유에 굽힐 줄 모르는 아집, 고정관념에다 나의 사고방식을 상대에게 적용시키려는 잘못된 생각을 범하는 결과라고 생각된다. 이제부터라도 발상의 전환인 세대 간의 조화와 소통(疏通)으로 노력과 실천의 필요성이 절실해 보인다. 노인의 권익 신장을 위해서 말이다.

봉사란 도움이 아닌 함께 어울리는 것으로 섬김·사랑·나눔의 봉사정신으로 어르신을 모시고 내 부모처럼 섬김의 경영철학에 실천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또한 자원봉사는 단순히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이 아닌 이웃과 지역 사회를 돕는 일로 인간성 회복, 나아가 '나눔과 섬김의 실천'이라고 생각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봉사는 할수록 힘이 된다. 나 보다 어려운 이웃과 소외되기 쉬운 독거노인 누군가를 위한 내 작은 손길이 어떤 이에게는 큰 위로와 희망이 될 것이라는 자부심이 바로 자원봉사로 행복을 열어가는 길이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원봉사는 나 자신을 위해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주고 늘 기쁘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해줘 우리사회의 진실과 순수성이 곁들여진 자원봉사야 말로 행복 공동체의 초석이 될 것으로 확신하며 ‘나눔은 곧 행복의 비결’임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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