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관 대전시 문화유산과장

대전방문의 해를 맞아 시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문화유산 정책들을 2차례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 글에서는 근현대문화유산의 기록보존에 대한 내용을 소개했다. 이번에 소개할 내용은 단재 선생과 미래유산에 대한 내용이다.

시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문화유산 정책의 두 번째는 단재의 재발견이다. 단재는 구한말-대한제국시절의 마지막 유학자이자 언론인이었고, 사학자이자 소설가였으며 또한 정치인이었다. 또한 사상적 측면에서는 민족주의에서 시작해 생을 마감할 때 그가 지향했던 아나키즘에 이르기까지 실로 광폭의 스펙트럼을 가졌던 인물이다. 그러했던 단재 삶의 궤적을 하나로 엮을 수 있는 것은 독립이다. 그에게 주어졌던 혹은 그가 택했던 모든 지위와 역할은 한 결 같이 독립을 지향하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즈음해 시가 단재에게 주목하는 것은 차라리 사필귀정이라 하겠다.

지난 3월에 허태정 시장이 현직 시장으로는 처음으로 어남동에서 개최된 단재 신채호 선생 제83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던 것을 시작으로, 얼마 전이었던 광복절 전후로는 단재 학술대회와 다큐멘터리 상영이 이어졌다. 현재는 도심 중앙에 단재의 동상을 건립하고 생가 일원에 기념관을 조성하는 등 그의 정신을 기리는 사업이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지역의 대표 인물이 가질 수 있는 브랜드 가치는 매우 높다. 하지만 대전시는 단순히 우리 지역 출신임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물, 더 나아가서는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노력했던 인물로써 단재를 부각시킬 계획이다. 또한 그의 치열했던 삶의 전체를 조명함으로써 객관적이고 균형감 있는 선양사업이 될 수 있도록 계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가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미래유산의 창출이다. 다소 거칠게 표현해보자면, 모든 문화유산은 옛 개발의 산물이다(물론 자연유산이라는 범주가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도 인위적인 측면이 있어야 그 가치를 부여받는다). 과거이건 현재이건 개발행위가 없다면 결국 문화유산의 존재가 불가하다.

이러한 생각해서 비롯된 미래유산 창출의 첫 번째 지향점은 '보존'이다. 문화유산으로써의 현재적 가치가 미흡한 유산들을 잘 보존·관리함으로써 미래에 문화유산이 될 수 있도록 그 가능성을 만들어두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 '문화재 보호법'이나 '한옥 등 건축자산에 관한 법률' 등에서 구체화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으며 좀 더 효율적인 세부규정을 마련 중이다.

두 번째는 '창작'을 통한 미래유산의 창출이다. 지금의 문화유산들이 처음 만들어질 때 문화재로 지정·등록될 것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 다만, 동춘당 송준길을 비롯한 많은 선인들이 자신의 집을 짓고 그 집의 당호를 자신의 호로 삼았던 일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과거의 조성행위는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은 정성을 들였을 것이다. 그 결과 역사성에 학술적·예술적 가치가 더해져 오늘날의 문화유산이 되었고, 이는 우리세대의 개발행위들도 충분히 미래유산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의 근거가 된다.

미래유산의 창출은 행정기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공공으로 추진되는 개발 사업들에는 당연하거니와 민간 차원에서 실시되는 사업들에도 미래유산을 창조한다는 마음가짐이 담겨야 할 것이다. 더불어 현존하는 비지정·비등록 유산들에 좀 더 애정을 가지고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들도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의 후손들은 훨씬 더 풍성한 문화유산을 향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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