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원 청주시 청원구 건설과 관리팀장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혼자서는 살 수 없고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때론 경쟁하고 때론 협력하며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사람을 한자로 표현한 인간(人間)은 한 사람이 아닌 사람 사이로 표현한 것 같다.

수많은 사람의 관계에서 크고 작은 분쟁이 발생하는데, 시시비비를 가리는 명문화된 체계가 법이다. 이 법을 어길 때는 일정한 제제가 가해진다. 하지만 사람의 모든 시시비비를 법으로 규정할 순 없기에 도덕이나 윤리 및 에티켓 등 명문화되지 않은 관념적 규범도 존재하는 것이다.

필자는 최근 회자하고 있는 소확행(小確幸)이란 단어, 즉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에서 유추해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지만 남을 화내게 하는 행동'을 뜻하는 '소화행(小火行)'이란 단어를 만들어봤다.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려고 할 때 누군가 올라가려고 급히 타면서 서로 부딪칠 뻔한 일이 있었는데 상당히 불쾌한 경험이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해서 우선 내리는 것을 기다린 다음 타는 예절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럼 우리 일상에서 '소화행'은 어떤 것이 있을까.

대부분 남을 배려하지 않은 사소한 행위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가령 조금 빨리 가려고 신호 위반이나 앞지르기를 상습적으로 하는 행위, 남의 집 대문이나 가게 앞에 차량을 주차해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 과도한 층간 소음을 유발해 이웃에게 스트레스 주는 행위, 담배꽁초 등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행위, 금연구역에서 보란 듯이 흡연해 남에게 간접흡연의 고통을 주는 행위, 폐수를 무단 방류하거나 폐기물을 무단 매립해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위 등 그 예는 수없이 많다.

천도교 창시자 최제우는 오심즉여심(吾心卽汝心)이라 했다. 풀이하면 '내 마음이 곧 네 마음'이란 뜻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이면 남도 좋아하는 것이며, 내가 싫어하는 것이면 남도 싫어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소화행'은 다른 사람의 행위로 인해 나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에 '소화행'을 삼가려면 역지사지(易地思之) 정신으로 상대방 입장에서 봤을 때 싫어할 만한 행동을 삼가면 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우리의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는 비수가 돼 상대방을 크게 다치게 할 수 있으니 '소화행'을 더욱 경계해야 하겠다.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보편적인 기준으로 볼 때 누군가가 나를 칭찬하면 좋아하고 나를 욕하면 싫어하듯이 다른 사람을 배려해 남이 싫어할 행동을 삼간다면 경제난에 허덕이고 무더위로 짜증 나는 요즈음 최소한 불쾌지수가 더 높아지지는 않으리라 본다. 그리고 과거 유교 시대의 상부상조 공동체 정신이 퇴색돼 현재의 개인주의가 만연된 각박하고 반목하는 이웃 간의 시선을 조금은 공감하고 배려하는 쪽으로 변화시키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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