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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웃음 잽을 날리다가 방심한 사이 강력한 훅 한 방으로 얼얼하게 만든다.

다음 달 11일 개봉하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리'는 '럭키'로 700만명을 웃겼던 이계벽 감독이 3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전작에 이어 코미디물이지만, 이번에는 웃음보다 감동 쪽에 더 방점을 찍은 듯 보인다. 강력한 '눈물주의보' 구간이 등장한다.

칼국수 집의 수타면 뽑기 달인 철수(차승원)는 완벽한 비주얼을 자랑하지만, 아이 같은 감성과 지능을 지녔다. 밀가루로 반죽을 빚어 국숫발을 뽑아내면서도 '밀가루는 몸에 나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칼국숫집과 헬스장을 오가며 지내던 철수 앞에 어느 날 딸 샛별(엄채영)이 등장한다. 샛별은 친구에게 줄 이승엽 사인볼을 구하려 입원해있던 병원에서 탈출하고, 이를 우연히 목격한 철수가 딸과 대구까지 동행한다. 만난 지 하루밖에 안 된 아이 같은 아빠, 어른 같은 딸이 하룻밤 여행을 통해 서로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기둥 줄거리다. 아버지와 딸, 부성애를 다뤘다는 점에서 영화 '7번 방의 선물'이 떠오르기도 한다.

등장인물 가운데 악인이 한명도 없는 착하디착한 영화다. 조폭들조차도 선행을 한다. 비장의 무기는 후반부에 등장한다. 철수의 과거가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와 오버랩되면서 폭풍 눈물을 안긴다. 전반과 후반의 결이 달라 영화는 마치 두편을 이어붙인 것 같이 느껴질 정도다. 이음새가 덜컹거리지는 않지만, 코미디 속에녹인 참사가 관객에 따라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웃음 타율은 낮은 편이다.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와 극중극을 활용한 드라마적 요소들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 박해준, 김혜옥, 안길강, 전혜빈, 조한철, 성지루 등 개성 강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활용법이 아쉽다.

영화 '신라의 달밤', '라이터를 켜라' '선생 김봉두' '귀신이 산다' 등에 출연했던 원조 코미디 배우 차승원이 오랜만에 코믹 연기에 도전했다. 자칫 희화화되기 쉬운 캐릭터이지만 웃음과 감동 사이에서 균형 감각을 지키려고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동심과 부성애 등의 감정도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편이다. 실제 삭발까지 감행한 아역 배우 엄채영의 연기도 발군이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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