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의 충청 역사유람 <43> 의자왕의 최후
의자왕 ‘화친’ 시도… 번번이 실패
웅진성 입성 6일 만에 당에 항복
항복 후 특별대우… 미스터리 증폭
中 북망산 의자왕 묘 행방 묘연
부여군, 추정지 흙 떠와 가묘 써
주민들, 1955년 삼충제·수륙제
백제문화제, 올해로 벌써 65회…

▲ 백제 궁녀들의 넋을 위로하는 수륙제.

[충청투데이] 의자왕은 아직 멀리있는 당나라 군영에 많은 음식을 보내 화의를 제의했으나 거절 당하고 만다. 660년 7월 12일이었다. 그러자 다시 소 2마리, 돼지 3마리에 술 10항아리를 보냈으나 소정방은 또 거절당하다..

의자왕은 더 이상 화의를 위한 노력이 소용없음을 알고 다음 날 밤 백마강에서 배를 타고 몰래 사비성(부여)을 빠져나와 웅진성(공주)으로 향했다. 의자왕이 빠져나간 사비성은 둘째 왕자 태가 스스로 왕을 자처하며 나당연합군에 항전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귀족들은 의자왕 없는 사비성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의자왕은 지금 공주 공산성에 있는 군영에 몸을 숨겼다. 그곳은 백제 무장 예식이 굳게 장악하고 있어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러나 웅진성에 몸을 숨긴 지 6일 만에 갑자기 성에서 나와 당나라 군영에 항복을 하고 만다.

▲ 백제 궁녀들의 넋을 위로하는 수륙제.
▲ 백제 궁녀들의 넋을 위로하는 수륙제.

여기 미스터리가 있다. 예식이 왕을 배반하고 당나라에 붙어 의자왕을 성토해 항복했으리라는 설이 그것이고, 다른 하나는 의자왕 자신이 국가의 활로를 트고자 노력했으나 더 이상 가능성이 없자 예식을 데리고 항복했을 것이라는 설이다.

문제가 된 것은 중국 기록(신당서)에 ‘우장의자내항(又將義慈來降)’이라고 한 것. 이것을 장군 예식이 의자왕과 더불어 항복했다고 해석한다면 항복의 주체가 의자왕이 아닌 예식이 되는 것이며, 의자왕은 예식 장군을 따라 항복했다는 것. 그러나 의자왕 자신이 능동적으로 항복했다는 학설도 많다. 어쨌든 백제 여러 성에 만만치 않은 병력이 주둔해 있는 등 저항능력이 있는데도 이렇게 쉽게 항복한 것과 예식 장군이 전쟁이 끝나고 당나라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은 것은 이와 같은 미스터리를 확대 시키고 있다.

결국 의자왕은 660년 9월 3일 왕자와 신하 93명 등 1만 2000여 명과 함께 소정방에 이끌려 백마강 구드레 나루에서 당나라로 떠났다. 백제의 유민들이 백마강에 모여 떠나는 의자왕 일행을 배웅하며 통곡을 했다. 당나라에 도착한 의자왕은 그해 11월 1일 황제를 알현했는데 황제는 그 자리에서 신병을 풀어주고 함께 간 백제 귀족과 백성들도 그렇게 했다. 그러나 의자왕은 긴 항해와 70 고령으로 몇 달 안 돼 세상을 떠났고 당나라 황제는 성대한 장례를 치르도록 했다. 그리고 낙양의 북망산에 묘를 쓰고 비석을 세웠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그 자취가 모두 사라져 버렸다.

▲ 백제 궁녀들의 넋을 위로하는 수륙제.
▲ 백제 궁녀들의 넋을 위로하는 수륙제.

부여군은 의자왕 묘를 찾아 부여로 모셔오기 위해 2000년 4월 중국 낙양성의 북망산 일대를 누볐으나 아무 것도 찾지 못해 묘자리로 추정되는 곳의 흙을 떠와 부여읍 능산리 고분 옆에 가묘를 썼다. 그리고 매년 그의 기일에 맞춰 제를 올린다.

이처럼 부여 주민들의 백제에 대한 향수는 천년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 그래서 1955년에는 자발적으로 주민들이 뜻을 모아 백제의 삼충신(성춘·흥수·계백)을 기리는 삼충제와 낙화암에 몸을 던진 백제 여인들의 넋을 위로하는 수륙제를 열었고 이것이 지금까지 부여·공주에서 벌어지는 백제문화제로 발전했으며 올해도 9월 28일부터 제65회 백제문화제가 계획돼 있다. 한 줌 흙으로 백제에 돌아온 의자왕의 혼령도 이 백제문화제를 하늘에서 지켜볼 것이다.

<전 세종시 정무부시장·충남역사문화원장>

▲ 부여 주민들의 백제에 대한 향수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 사진은 백제 궁녀들의 넋을 위로하는 수륙제. 부여군 제공
▲ 부여 주민들의 백제에 대한 향수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 사진은 백제 궁녀들의 넋을 위로하는 수륙제. 부여군 제공
▲ 백제 궁녀들의 넋을 위로하는 수륙제.
▲ 백제 궁녀들의 넋을 위로하는 수륙제.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