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경새재. 문경시청 홈페이지

일본여행 자제 분위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국내여행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아직도 여전한 바가지 상혼으로 국내관광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지만 올 여름 휴가철엔 그동안 바가지로 악명 높던 여러 관광지를 찾는 휴가객이 크게 줄고 상인들 사이에서도 자성론이 고개를 든 것은 바람직한 일이었다. 풍광 좋고 물이 흐르는 유원지에 불법 시설물을 세우고 가당치 않은 요금을 받던 업주들과 도지사가 모여 한바탕 토론을 벌인 것도 유례없는 일이었다. 수십 년 이상 지속돼 오는 공유지 불법 점유 상행위에 대한 단속이 형식적으로 그쳤던 전례에 비춰 무언가 변화의 조짐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철 벌어 일 년 지낸다는 상인들의 인식이 바뀌어 적절한 요금으로 연중 손님을 받는 선진관광문화가 정착될 지 이즈음 여러 긍정적인 조짐과 함께 지켜볼 일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올해도 9월 12~29일에 걸쳐 비교적 긴 기간을 여행주간으로 설정하고 이런저런 행사와 캠페인으로 국내여행을 장려할 참이다. 이번 기회에 그간 외국으로만 향하던 발걸음을 내 나라, 우리 강토를 유익하고 알뜰하게 즐기는 미덕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을 만하다.

각 지자체에서는 총력을 기울여 자신들의 고장을 홍보하고 특히 관광수요 창출에 애를 쓰고 있다지만 전국 200여개 지자체의 관광 진흥 노력은 아쉽게도 차별성이 거의 없다. 모두 그만그만한 수준으로 관내 명승지와 유적, 특산물 같은 관광 인프라를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다. 그래서 그 도시가 그 도시 같아 강력한 유인기제가 두드러지지 않아 보인다. 관광공사나 마케팅 공사가 있는 지자체도 있지만 대부분 순환 보직되는 일반 공무원들의 관광업무 담당으로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과 과감한 매력요인 창출은 어렵지 않을까.

가령 자기 고장의 이름이 갖는 아름다운 느낌을 크게 부각시키는 이미지 마케팅을 생각해 본다. 각기 고유한 유래와 역사가 깃들어 있겠지만 글자 그대로만 해석해 본다면 지금처럼 갈등과 폄훼가 횡행하는 마당에 기쁜 소식을 듣는다는 문경(聞慶), 배신과 모함이 득세하는 비정한 세태 속에 은혜를 갚는다는 보은(報恩), 하늘 아래 편안한 도시라는 의미의 천안(天安), 영원히 함께 하리라는 영동(永同)처럼 타고난 고장이름을 적극 내세우며 세파에 지친 사람들을 이끌어 들이는 감성 관광마케팅을 제안한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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