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수 충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역한 냄새가 몰려오는 네팔 카트만두의 티칭국립병원 시신 안치실. 그곳에 주 네팔 대한민국 대사관의 조병진 영사가 7시간을 버티고 있다. 휴일도 반납한 조 영사는 유족들을 대신해 빠른 부검과 포렌식 검사를 마칠 수 있게 부검의를 독려했다. 덕분에 부검은 예정 시간보다 1시간30분이나 일찍 마쳤고 바로 슈암부나트 화장장으로 가서 화장을 마무리했다. 화장식 전에 박영식 대사도 직접 참석해 조문했다.

10년 전 9월 25일 오전 8시15분 "등반은 잘 진행될 것 같다. 무전은 등반이 끝나고 저녁에 하겠다"는 교신을 끝으로 민준영과 박종성 두 명의 직지원정대원은 우리 곁을 떠났다. 네팔 구조대 및 현지 주민 그리고 우리 대원과 스텝까지 총동원된 열흘간의 수색과 다섯 번의 헬기 수색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10주년을 준비하던 지난달 23일 밤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네팔에서 온 소식인데 히운출리 아래에서 등반대원으로 보이는 시신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바로 충북산악구조대 임원회의를 소집하고 네팔에 정확한 확인을 요청했다. 우여곡절 끝에 네팔 경찰, 등산협회 그리고 우리가 고용한 네 코트 렉스 원정대 셰르파와 수습팀이 지난 6일 출발했다. 지난 8일 오후 8시30분께 "두 명의 대원 시신을 수습했다. 한국인이 분명하다. 모두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이송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급하게 충북산악구조대 최인배 부대장과 카트만두행 티켓을 구하고 유족들에게 연락했다. 박종성 형과 민준영 동생이 함께 가기로 했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이동한 우리는 바로 시신을 확인했다. 다음날 간다키 경찰청정과의 면담에서 DNA 조사를 아니하고 시신을 인계해 화장터로 가면 된다는 확약을 받았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포카라에는 장비가 없어 포렌식 검사를 하는데 수일이 걸리니 기다려라"라는 의사의 설명이다. 실랑이 끝에 바로 카트만두로 이송을 했다. 막막한 일정을 해결해 준 곳이 네팔 대한민국대사관이다.

10년 전 무전이 안 되면서 사고를 직감하고 MBC(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로 뛰어 내려가 대사관에 소식을 알리고 "내가 돈 낼 테니 헬기 좀 불러 달라" 울부짖으며 요청했을 때 "여기는 그런 것 하는 곳이 아닙니다. 히말라야에 온 사람들 사고 나면 우리가 다 헬기 불러줘야 합니까?"하던 대사관을 떠올리며 "사람과 제도가 바뀌면 외교관도 저렇게 변할 수 있구나?" 생각을 했다. 주네팔 대한민국 대사관의 박영식 대사와 조병진 영사께 다시 감사를 전한다.

아울러 "그들이 가족의 품에서 따뜻하게 잠들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내주신 대통령님, 추모조형물을 만들어준 청주시, 영원한 악우(岳友)인 산악인과 동료, 함께 기도해준 청주시민, 깊은 관심을 보여준 언론 등 국민 모두에게 큰절을 올린다. 10년이 흘렀어도 "하산하라"는 명령을 들어준 박종성·민준영 두 대원에게 애달픈 감사를 전하며 이제 부모님 품에서 편히 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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