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 감물면 홍순이 여사 정려각
시부모·남편 병간호… 효열부 인증 받아
아들 이윤훈 씨, 어머니 생각하면 눈물…
“가족 아끼고 이웃에 베풂 실천하던 분”

▲ 안시언 명예기자
▲ 안시언 명예기자

9월, 폭염을 견딘 과실들이 풍요롭게 익어간다. 풍성한 과실은 실한 뿌리로부터 비롯된다. 실한 과일이 있기까지 고단했던 뿌리의 이야기, 이것은 그러한 뿌리를 그리워한 이의 이야기이다.

충북 괴산군 감물면 백양리 352번지. 연안 이가(延安 李家) 대제학(大提學)이던 석형(石亨)의 16대, 대호군(大護軍) 효장(孝長)의 14대 손부 홍순이(洪順伊) 여사의 효열부(孝烈婦) 정려각(旌閭閣)이 있는 자리다. 정려각 바로 옆에는 문학박사 송백헌 교수(충남대 명예교수)가 감수한 여사의 행적비(行蹟碑)도 함께 세워져 있다. 홍 여사는 본관이 남양(南陽)으로 증호조참판(贈戶曹參判) 시연공파(時然公派) 10대 종손(宗孫), 휘 완영(完榮)공과 결혼해 종부(宗婦)가 됐다.

"어머니는 동시에 병을 앓고 있는 시부모와 남편을 지극 정성으로 간호했어요. 그 덕행을 모르는 이가 없었어요. 그래서 충북경행록(忠北景行錄)에 등재, 마침내 성균관(成均館)으로부터 효열부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에 괴산군(당시 임각수 군수)는 2010년 정려각을 세우고 효의 본보기로 삼고 있습니다. 이렇게 건립된 효열부 남양홍씨 정려각은 대한민국 1호가 됐지요."

연안 이씨 대전종친회장이며, 전국대종회 부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는 청암(靑岩) 이윤훈(80) 씨는 아직도 어머니를 떠올리면 눈물부터 나온다. 지체 높은 남양 홍씨 가문에서 태어나 17세 어린 나이로 시집온 어머니는 온화한 성정으로 시할머니부터 시동생 셋까지 당신의 몸보다 더 아끼며 보살폈다. 그러나 시어머니에 이어 시할머니까지 90일 만에 돌아가셨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늘 속병에 시달렸다.

▲ 충북 괴산군 감물면 백양리 352번지. 연안 이가(延安 李家) 대제학(大提學)이던 석형(石亨)의 16대, 대호군(大護軍) 효장(孝長)의 14대 손부 홍순이(洪順伊) 여사의 효열부(孝烈婦) 정려각(旌閭閣)과 행적비. 안시언 명예기자
▲ 충북 괴산군 감물면 백양리 352번지. 연안 이가(延安 李家) 대제학(大提學)이던 석형(石亨)의 16대, 대호군(大護軍) 효장(孝長)의 14대 손부 홍순이(洪順伊) 여사의 효열부(孝烈婦) 정려각(旌閭閣)과 행적비. 안시언 명예기자

"어머니는 경서에 능했던 분이셨어요. 성품만큼 고왔던 목소리로 사씨남정기와 구운몽 등을 사랑방에서 이웃들에게 자주 들려주곤 하셨어요. 웃어른께는 효를, 이웃에게는 베풂을 몸소 실천하는 삶을 사셨어요. 정려각이 세워진 자리는 내 어머니가 생전에 살던 곳입니다. 과거, 나라에서 정려각을 내리는 사례는 있었으나 근래엔 보기 드문 사례입니다. 힘써주신 괴산군과 이효영 학장님께 감사드립니다."

효부였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아들은 어느새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나이 들어 버렸다. 연안 이씨 가문의 대를 잇는 효행은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이기에 더욱더 눈부시게 다가온다. 그래서 "어쩌면 당신이 효도할 시간은 생각보다 없습니다"란 이윤훈 회장의 일침은 더 아프다. 정말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을 수 있다. 안시언 명예기자

▲ 연안 이씨 대전종친회장이며, 전국대종회 부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는 청암(靑岩) 이윤훈 씨. 안시언 명예기자
▲ 연안 이씨 대전종친회장이며, 전국대종회 부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는 청암(靑岩) 이윤훈 씨. 안시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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