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료원 예비타당성 평가 과정에서 석연찮은 잣대를 들이댔다는 지적이 나와 파장을 낳고 있다. 지역시민단체는 어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불합리한 기준으로 대전의료원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의료원 설립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며 이를 규탄하고 나섰다. 지난달 KDI 1차 평가 회의에서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이 사업 추진 기준인 1.0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평가한 그 자체에 불신을 표명하고 기획재정부와 KDI에 “경제성 분석을 전면 재검토 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지적에 일리 있는 대목이 적지 않다.

KDI의 평가방식에는 치명적인 결함을 내포하고 있다. KDI가 2014년 세종충남대병원 예타 당시보다 불리한 기준을 적용했다는 점이 그 첫째다. 병상규모에서 대전의료원(300병상)이 세종병원(500병상)보다 적은데도 총괄비용은 오히려 381억원이나 높게 책정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인건비와 재투자비를 과다책정하는 등 불리한 기준도 드러났다.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는 반증은 여럿이다. 시민단체는 평가기준이 개선되지 않으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당초 대전의료원은 대전·충북·충남 3개 시·도 6개 시·군(대전·옥천·보은·영동·계룡·금산)이 행정구역 칸막이를 허물어 중부권 공공의료시스템을 확충하고 의료불균형 해소를 모색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KDI 용역 과정에서는 계룡·금산을 진료권역에서 제외시켰다. 계룡·금산 주민들은 사립병원인 대전 서구 관저동의 건양대병원을 이용하면 된다는 식의 논리 자체가 우습다. 공공의료 서비스를 주축으로 삼는 의료원의 특성을 간과한 것이다.

중부권 거점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십분 감안하지 않으면 안된다. 대전의료원은 1996년 동구 가오지구에 시립병원 설립 계획을 발표한 이래 우여곡절 끝에 예타에 올랐지만 막상 그 과정에서 시비가 불거져 지역민에게 허탈감을 주고 있다. 공공평가의 생명은 공정한 기준이다. 그래야 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다. 오락가락하는 잣대를 들이대는 저의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와 KDI는 수긍할만한 결과를 내놔야 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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