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석 청주시 청원구 환경위생과장

진화생물학자이자 인류학자로 '총·균·쇠'의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그의 또 다른 저서 '제3의 침팬지'에서 "짧은 역사 동안 사람이라는 동물은 어떻게 단순한 대형 포유류에서 세계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나?"라는 질문과 함께 "인류는 심각한 존망의 위기에 서 있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약 7만 년 전 지구상에 공존했던 여러 종의 인류 중 호모사피엔스는 우연한 기회에 얻어진 돌연변이 유전자에 의해 추상적인 사고와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됐다. 이후 진보된 기술을 가진 사피엔스에 의해 다른 종의 인류가 멸종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현재 지구상에는 호모 사피엔스만이 생존해 있다.

1만 3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인류는 농업혁명이라는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한다. 인류는 오랜 기간 수렵 채집에 의한 무리생활을 했으나 농작물 재배가 가능해지면서 정착 생활에 따른 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함께 집단 사회로 발전을 하게 된다. 지리 환경적으로 농경에 적합하지 않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농업혁명은 전 세계로 전파됐고 이후 문자와 철기를 가진 산업사회로 발전하게 된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농업혁명,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나친 간섭으로 현재 인구, 지리적 범위, 인간이 지배하는 지구의 생산량 비율이 정점에 이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른 인간의 미래에 드리워진 두 가지 먹구름으로 핵과 환경문제를 들고 있다.

우리는 핵에 의한 대량 학살을 히로시마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현재 막대한 양의 핵무기가 저장돼 있고 핵전쟁 위험은 항상 상존한다. 그러나 핵으로 인한 대학살은 우리 모두를 멸망하게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환경 파괴로 인한 생물의 멸종은 치명적이라는 점에서 핵 위험과 같다. 그러나 현재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핵보다 더 위험하다. 수만 년 전부터 인간에 의해 시작된 환경 파괴는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만약 이대로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1세기 안에 파국이 찾아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그 파국이 우리 아이들에게 덮칠 것인지, 우리 손자들에게 덮칠 것인지 하는 문제일 뿐이다.

저자는 "우리는 파국을 막기 위한 준비가 돼 있는가 아니면 없는가?"라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하면서 지금까지 사피엔스가 이룬 진보를 순식간에 수포로 만들 것인지에 대해 경고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40℃가 넘는 폭염과 국지성 폭우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기후변화가 이미 진행돼 있고, 미세먼지 등의 환경오염 문제가 국민의 생활과 건강에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와 있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과거와 현재의 환경문제를 돌이켜보고 교훈을 얻어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데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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