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욱 ETRI 지능형지식콘텐츠연구실 선임연구원

필자는 연구원에서 20년 가까이 재직하면서 많은 기술이 개발되고 실제로 서비스로 연결되는 과정을 겪어왔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기술이라도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으면 도태되고, 특이점이 없는 기술이라도 상용화돼 쓰이는 경우도 보았다. 연구개발을 하게 되면서 이런 기술들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용되는지에 대해서 다양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2000년 초반 연구원에 입사하고 나서 처음으로 맡은 일은 정보보호 분야의 물리 보안에 관련된 연구를 하게 됐다. 지금에서는 일반화 됐지만 영상에서 얼굴검출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칩으로 만드는 연구에 참여하였다. 이런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경찰청과 협조해 범죄자 검색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었고 바이오인식 업체에도 기술이전을 해 상용화를 하게 됐다. 현재는 딥러닝 기반으로 얼굴검출 시스템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 추세다.

2010년도에 들어와서는 교육을 위한 증강현실(AR)에 관한 연구를 하게 됐다. AR을 활용한 이러닝(e-learning) 관련 분야 연구를 하면서 관련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시스템화시키는 일을 맡게 됐다.

실제로 교육용 AR 분야를 연구하면서 유아나 초등학생에 대한 행동 패턴, 외관, 그리고 습성에 대한 분야도 공부하게 됐고, 이에 관련된 기술이전을 통해 중소기업에 사업화도 할 수 있었다. 유아 교육을 위한 AR 연구를 하면서 실제로 내 아이들이 체험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연구의 보람을 느끼게 됐고, 우리 아이들을 위한 시스템을 만든다고 생각하니 동기부여도 됐다. 이때 개발한 기술은 전시관, 과학관 등에서 증강현실을 체험하는 데 현재 쓰이고 있다.

지금은 다수의 사람이 참여하는 AR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AR 뮤지컬이란 개념으로 기반 기술을 접목해 하나의 공연 아이템을 동작하게 만드는 연구를 하는 중이다. 기존 연구방식과는 다르게 연구자의 관점에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 서비스에 맞춰 기술을 개발하는 형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뮤지컬의 요소는 무대, 배우, 춤, 노래, 비품 등이 필요하고, 이를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서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구현해 보는 것이다.

이에 필요한 기술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핸드폰이나 스마트패드와 같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서 관람객들이 관람을 해야 하고, 각각의 모바일 기기의 위치를 정확하게 실시간으로 추정이 가능해야 한다. 또 기기 간 뷰동기화, 데이터 동기화, 가상객체 등 실시간 동기화 연동도 필요하다. 물론 인터랙션도 상호교환이 되는 인터랙션도 요구된다.

콘텐츠 개발은 특정 툴을 사용해서 가상의 객체를 만들고, 리깅이라고 하는 작업을 통해 뼈대를 심고, 움직임을 주기 위해 애니메이션이라는 작업을 거쳐 하나의 가상콘텐츠를 만들게 된다.

이렇게 무대효과, 배우, 배경, 비품 등에 관련된 객체를 가상객체로 만들게 되면 마지막 작업으로 모바일 기기에서도 동작할 수 있도록 게임엔진을 이용해서 실제로 동작하도록 테스트하고 튜닝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렇게 뮤지컬을 가상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은 위와 같이 많은 노력이 동반하게 된다. 하나하나의 기술이 우리가 접할수 있게되는 상용서비스까지 이루어지기까지는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설령 서비스가 됐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외면하게 되면 도태되는 것이 ICT계의 현실이다. 기술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개발된 기술은 매우 소중하다. 그럼에도 불구 필자가 현재 개발하고 있는 기술이 ICT 트랜드를 주도할 수 있는 기술이 될 수 있도록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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