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글밭] 잠시 멈추어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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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글밭] 잠시 멈추어 서서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08월 26일 16시 22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8월 27일 화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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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란 충북무심수필문학회 사무처장

F1 그랑프리 대회를 보러 간 적이 있다. 경기장을 들어서는 순간 이미 자동차 엔진을 가열하는 소리로 가득했다. 출발신호가 울렸다. 레이서들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차량이 총알처럼 튀어 나간다. 승리를 위한 출발신호다. 경기장에 굉음이 터지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카레이서들은 남들보다 빠르게 치고 나가야 좋은 기록을 얻는다. 앞뒤 좌우를 달리는 자동차는 그들의 경쟁자다. 그들을 제치고 달려야 밝은 미래가 기다리기 때문이다.

레이서들은 결승점에서 눈을 떼지 않고 계속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달린다. 뒤돌아볼 겨를이 없다. 승자가 되는 길은 오직 앞을 향해 달리는 것이다. 선수들이 질주할수록 관중들의 박수와 함성이 운동장을 뒤덮었다. 마치 자신이 레이서가 된 듯 긴장과 열광의 도가니다.

레이서들은 낙오하는 차량을 곁눈질하며 다퉈 가속페달을 밟았다. 순간 달리던 레이싱 카 한 대가 다른 차량과 부딪쳤다. 레이서가 부서진 차 안에서 간신히 걸어 나왔다. 땀에 젖은 헬멧을 벗었다. 그리고 저 멀리 트랙을 돌고 있는 선수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선수들이 아무리 가속페달을 밟아도 언덕을 넘어서면 경사도나 회전 각도가 다른 새로운 트랙이 또다시 등장한다. 끝없는 경쟁 속에서 설령 승리의 트로피를 거머쥐어도 영원한 승자는 없다. 우리의 삶의 여정도 마찬가지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기를 쓰고 앞만 보고 산다. 그래서 내 삶의 뒤에, 옆에, 누가 있는지 살펴볼 겨를이 없다.

초보운전을 할 때였다. 핸들을 꽉 붙잡고 잔뜩 긴장했다. 좁혀진 시야에 방어 운전은커녕 옆을 돌아볼 엄두도 못 내고 앞만 보며 달렸다. 그 후에는 운전대를 잡으면 목적지까지 시간에 맞춰 달리기 급급했다.

나의 일상도 그랬다. 높이 올라가고 남들보다 빨리 가려 치열한 경쟁에 익숙했다. 이젠 높이와 속도 위주의 인생에서 둘레 위주의 인생으로 바꾸어야 시점이다. 우리는 남들보다 앞서야 성공이라고 여긴다. 인생의 결승점은 살아 있는 순간 보이지 않는다. 앞서가고 높아지려는 경쟁에서 잠시 멈추어 서본다. 주변을 살피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는 여유와 넉넉함이 훨씬 평안과 행복을 안겨 줄 테니까.

늦은 귀가 시간이다.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아파트 주변을 기웃거린다. 운 좋게 자리가 있을까 막다른 지점까지 들어갔다. 역시나 자리가 없다. 멈춰선 차의 후진 기아를 넣었다. 딸깍, 기어의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소리가 들린다. 뒤도 보고 좌우도 살피며 후진으로 주차 공간을 빠져나온다. 직진할 때 보이지 않던 풍경이 들어온다. 산책을 나온 옆집 아주머니, 분리수거를 살피는 경비 아저씨,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어르신들…. 나도 잠시 멈추어 서서 밤하늘의 별을 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