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호 대전 동구청장

더위가 막바지 힘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올해는 많이 선선했지만 아직은 방심하기 이르다. 지난해의 경우 온열질환으로 48명이 목숨을 잃고 온열질환자가 4만 600여 명에 육박하자 그해 9월 정부가 폭염을 재난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제는 폭염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수준을 넘어 생존과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이를 대비하는 상시매뉴얼이 필요한 것 같다.

폭염이 몰고 온 대표적인 재난에는 1995년 미국 시카고와 2003년 프랑스가 있다. 1995년 7월 시카고에서는 체감온도 48℃의 무더위가 이어져 7월에만 7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했으며, 2003년 여름 프랑스에서는 75세 이상 노인 1만명 이상이 폭염으로 목숨을 잃었다. 당시 질병으로 인해 이동이 자유롭지 못했던 사람들이나 에어컨이 없는 사람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또 폭염에도 집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나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 즉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사망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폭염은 모두가 똑같이 겪는 자연적인 현상 같지만 실제 현실 속의 폭염은 사회현상에 더 가깝다. 그리고 이 사회현상은 불평등한 조건들과 결합해 더 큰 불평등을 야기한다. 폭염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생각하니 대전역 인근노숙인들, 정동 일원 쪽방촌 사람들이 떠오른다. 지난 6일 필자는 정동 일원의 쪽방촌을 찾아 이들을 근본적으로 구제할 방법을 강구했다.

우선 대전노숙인종합지원센터와 노숙인이 주로 발생하는 대전역 주변, 지하상가, 하천 등을 중심으로 폭염 피해예방을 위한 현장보호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이들에게 특화자활사업으로 하천, 동네골목을 청소하는 일자리를 제공해 사회적 구성원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쪽방거주민 대상으로는 대전쪽방상담소와 협력해 안부살피기와 위험요인 확인, 상담 등을 진행하면서 대전시 재해구호기금과 민간자원으로 선풍기, 티셔츠, 팔토시 등을 지원하고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목민관의 덕목 중 하나로 찰물을 들었다. ‘물정을 살핀다’는 뜻으로 찰물을 통해 백성의 고충과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직접 살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300년이 지났지만 정약용 선생의 가르침이 여전히 필자에게 큰 깨달음을 주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구를 만들기 위해 필자는 오늘도 열심히 현장을 살피고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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