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공섭 대전문화원 연합회장

낭만(浪漫)과 예술(藝術) 그리고 민주성지(民主聖地), 체코 프라하.

프라하의 봄 무대 바츨라프 광장은 체코의 상징적인 곳으로 체코인의 자존심이 가득 채워져 있는 광장으로 밀란쿤델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무대이며’ 그 소설을 1988년에 필립 코프먼 감독이 프라하의 봄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면서 전 세계인의 민주성지로 발 돋음 한 곳이다. 폭력과 억압, 찬탈, 등 사회주의에 반발하며 벌어지는 4명의 주인공이 펼치는 내적 영혼의 연기는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하고 민주주의를 완성한 명작으로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가슴에 남는다.

체코는 문학과 음악, 미술 등 예술 분야에서 뛰어난 인물을 많이 배출했다. 실존주의 문학인 ‘변신’으로 유명한 카프카는 유대계 독일인 작가로 알려졌지만, 프라하에서 태어나 프라하에 묻힌 체코 작가이다. 황금소로 22번지에 있는 아담한 하늘색 집은 카프카가 살았던 여동생의 집으로 유명한데 지금은 기념품 가게로 바뀌어 여전히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체코에서만 3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본 후 밀 흐라발은 개성 있는 문체로 사랑받는 20세기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그가 자주 다니던 ‘황금 호랑이 선술집’에서는 맛있는 생맥주와 함께 문학의 낭만을 느낄 수가 있다.

통계에 의하면 체코 인구가 우리나라 절반 수준도 안 되는 2000만명이고. 국민소득(GNP)은 2만 불이며. 포에 미아 왕국과 함스브르크 제국 시대의 건축물이 잘 보존 돼 있으며 대문호(大文豪) 카프카와 세계적인 작곡가 드보르자크등 문화 예술인을 배출한 나라로 그 시절의 고딕 건축물이 세월과 함께 그윽하고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어 마치 중세기로 여행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세계인의 유명 관광지가 된 것은 그곳에서 일어난 정의와 민주주의를 향해 목숨을 던져 피의 혈전으로 투쟁해서 민주화를 이뤄낸 것에 의미를 두기 때문일 것이다. 1968년 민주자유화 운동으로 체코의 탈사회주의가 시작됐고. 민주자유화 운동을 막기 위해 소련군의 군사가 개입되면서 체코의 민주자유화운동은 처절하게 시작됐다. 이 운동으로 자유 시민 백여 명이 숨지고 수 천 명이 중경상을 입은 자유화를 이뤄낸 현장이라 그 현장 그때의 흔적이나 숨결, 그리고 그들이 지른 함성을 느껴 보고 싶은 생각은 한 마음일 것이리라.

또 프라하는 발칸지역의 궁전 도시라 해도 손색이 없는 거대한 성이자 천년 역사의 중심에 있는 프라하성과 야경은 민주화성지인 바츨라포 광장과 함께 체코의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프라하는 체코를 상징하는 곳으로 인식하고, 체코정부의 관광마케팅이 조화를 잘 이뤄서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된 것이리라.

그리고 2017년 10월 22일 광주시립교향악단이 프라하에 위치한 시민회관의 클래식 전용홀인 스메타나홀에서 공연한 인연이 프라하를 정겹게 마중한다. 그때 스메타나 홀을 가득 메운 1200여명의 관객들의 극찬을 받았던 곳이다.

스메타나홀은 베를린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등 세계최고의 명문 악단들이 다녀간 어쿠스틱 컨디션과, 건축미 양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꼽히는 극장이다. 특히 1918년 체코의 독립이 선포된 장소이자 체코의 자유와 민주정신을 품은 ‘프라하의 봄’ 축제가 열리는 상징성을 가진 특별한 곳이기도 하다.

유럽의 심장 유럽 심장부의 보석, 모든 도시들의 어머니, 황금의 도시, 수많은 첨탑의 도시, 매혹의 도시, 악의 도시, 에로틱의 도시. 이 화려한 수식어는 모두 체코의 수도 프라하를 이르는 말이다. 불과 7~8년 전 까지만 해도 프라하는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도시였다. 석양이 지는 블타바 강을 가로지르는 카렐교나 뛰어난 야경을 자랑하는 프라하 성, 술 한 잔의 낭만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필스너 맥주의 본 고장이라는 것 정도가 지금껏 우리에게 알려진 프라하의 모습이다.

그러나 프라하의 진짜 모습은 골목마다 숨겨진 예술가들의 사상, 거리마다 잘 보존된 아름다운 건물, 그리고 체코인들의 마음에 품은 강인한 민족성에 있다. 그래서 체코에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역사적인 도시가 열두 곳이나 된다. 이러한 체코의 음악과 문학, 미술 등 예술의 향기와 곳곳에 감춰진 천혜의 자연 경관이 세계의 관광지로, 세계 민주화의 성지 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자양분이 됐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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