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 2가에서 낙원상가에 이르는 구간, '송해 길'이 있다<사진>. 송해 선생과의 인연으로 '수표로' 중 일부 구역을 '송해 길'로 이름 붙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송해 선생의 개인 사무실도 이 지역에 있고 나이 든 분들의 왕래와 활동이 빈번한 곳이라 길 이름과 거리 분위기가 맞아 떨어지는 흔치않은 사례에 속한다.

당초 이 근처는 이미 노년층의 출입이 빈번하고 그 분들만의 독특한 문화와 분위기가 형성된 곳으로 특히 물가가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짜장면 3000원, 통닭 한 마리에 4000원을 비롯해 노인들에게 필요한 갖가지 물품이 다양하다. 고령층이 모여드는 거리로 보이지 않을 만큼 활기차고 역동적이다. 을지로 3가에도 비슷한 지역이 있다는데 규모나 활발함에서 송해 길 인근이 단연 앞서리라 생각된다. 도로명 주소 제도가 실시된 이후 상당한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다소 겉도는 듯 엉거주춤한 상황에서 '송해 길' 명명과 지역 활성화는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 특정인물의 이름을 따온 만큼 지명도와 캐릭터 그리고 그 이름이 갖는 이미지가 대단한 파급력을 지녔음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송해 길이 주로 60대 이상 연령층의 취향과 정서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유지한다면 각 연령대별 적합한 인명으로 이런저런 연고를 발굴해 사람 이름을 따온 길 이름, 광장 명칭이 널리 확산됐으면 한다. 대구에 김광석 거리가 외래 관광객 유치와 지역 경기 활성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례도 있고 보면 외국에서는 이미 여러 세기 전부터 쓰이고 있는 고유명사를 활용한 거리와 동네 이름 그리고 각종 도로나 지리적 명칭 확산에 망설일 필요가 없지 않을까.

송해 길이 어르신들의 감성에 부합하는 사례라면 BTS 길, 조용필 거리, 조수미 광장도 좋겠고 기형도 길, 이상(李箱) 거리, 천경자 길처럼 주로 문화예술인의 이름을 따온 적절한 명칭 부여가 가져올 선순환 효과에 기대를 걸어본다. 오랜 역사문화 콘텐츠로 굳어진 동네와 길 이름을 행정 주도로 단시간에 생소하고 생뚱맞은 도로명 주소로 바꾼 후 삭막해진 주소, 지번 문화에 촉촉한 문화의 숨결, 활기찬 생동감과 창의적인 호흡을 불러 넣을 고유명사 지명 활용 사례를 송해 길에서 확인해본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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