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순발행액 3조3800억원
자산 매각·현금쌓기 움직임도
투자↓… “지역경기 저해 우려”

[충청투데이 이인희 기자]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전지역 기업들이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쌓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의 일본발 경제보복 등이 더해지면서 설비투자 등 현금 유출은 억제함과 동시에 회사채 발행을 늘리는 상황을 놓고 실물경제가 급속도로 얼어붙은 징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한국은행의 ‘2019년 7월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기업들의 회사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지난 5월 5000억원 △6월 2조 4000억원 △7월 3조 3800억원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는 2012년 7월 3조 4000억원을 기록했던 회사채 순발행액 규모를 넘어선 최고 수준이다.

회사채란 기업이 시설투자나 운영 등의 장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뜻하는 것으로 통상적으로 기업들의 이 같은 회사채 발행 움직임이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한 차원으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회사채 발행 증가가 글로벌 경기 둔화세 속 미·중 무역분쟁 격화,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내·외 리스크를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즉 실물경제가 급속도로 얼어붙은 상황에서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 둔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하반기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는 대전의 A 기업도 현금 확보에 총력을 쏟고 있다.

A 기업 관계자는 “이번 회사채 발행은 약 7년만으로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기존 차입금 상환 등 재무건전성 확보에 나설 계획”이라며 “올해 들어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기가 빠르게 하강하면서 불황에 대비하려던 차에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져 비교적 저렴하게 중장기 자금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회사채 발행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회사채 발행 이외에도 유형자산 처분 등을 통한 자금 마련에 나서는 기업들도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전의 B 기업은 지난해 3월 주차장 부지를 약 290억원에 매각하는 등 유형자산 처분을 통해 164억원의 이익을 취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금 유동성 확보에 전방위적으로 나서면서 설비투자 등 현금 유출은 급속도로 얼어붙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의 ‘7월 대전·충남지역 기업경기 조사’ 자료를 보면 지역 내 제조업의 경우 설비투자실행 지수는 지난달 94를 기록하면서 전월의 96보다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전반적인 움직임이 실물경제 악화 징조와 맞물리는 현상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대내·외 경영 변수 예측 등이 갈수록 어려워짐에 따라 경기 회복이 불투명할 것이라는 기업들의 자체 판단이 투자 감소로 이어지면서 지역 경기를 저해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지역 경제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 성장률 둔화 등 비관적인 경기전망이 이어짐에 따라 채권금리도 내림세를 보이면서 하반기 회사채 발행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라며 “다만 이 같은 현금 유동성 확보 움직임은 실물경제 상황과 직결되는 만큼 지역경기 악화의 위험징후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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