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기간 방치돼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던 대전역 뒤편 소제동 철도관사촌 인근이 레트로 감성으로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옛 건물을 리모델링한 이탈리안 레스토랑부터 70년이 넘은 여관방을 개조한 카페 등 옛 건물에 젊은 감각을 더한 가게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여기에 브런치카페나 일본가정식 전문점 등이 새롭게 문을 열 예정이어서 쇠퇴하고 있는 대전 원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22일 찾은 소제동 거리는 비좁은 골목과 쓰러져가는 빈집들 사이로 낡은 한옥을 개조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드문드문 자리해 레트로 감성을 자아냈다.

대전 동구 소제동의 한 카페 모습. 사진=정재훈 기자
대전 동구 소제동의 한 카페 모습. 사진=정재훈 기자

특히 20~30대 젊은층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실내 인테리어에, 50~60대 중장년층의 향수를 불러오는 복고풍 컨셉이 더해지면서 이곳을 찾는 고객층도 다양하다.

여기에 지역 청년들로 구성된 도시재생 스타트업도 소제동 활성화에 한몫하고 있다.

도시재생 스타트업이 관사촌의 숨은 가치를 발견해 낡고 허름한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새로운 상권을 만들어가고 있다.

철도관사촌은 1920~30년대 당시 근무 중이던 철도 직원들을 위해 조성된 곳으로 한때 대전에선 손꼽히는 부촌이었지만, 철도로 인해 도심과 단절되면서 쇠락하며 노후한 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수년 전 대전역 아래를 관통하는 도로 개설로 인근 도심과의 거리감은 조금 줄였지만, 인근 도심 역시 원도심의 화살을 피하지 못하면서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여기에 대전 원도심 활성화의 핵심인 대전역세권개발사업이 번번이 무산되면서 활성화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랬던 소제동이 최근 근대역사 건축물을 보존 유지하며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멋진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빈집들만 무성하던 소제동 거리는 소문 듣고 찾아오는 이들로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활기를 띠고 있다.

대전역과 가까워 주말에는 외지인도 넘쳐난다.

소제동을 찾은 B(55)씨는 “죽어가는 소제동을 살리고자 가게들이 오픈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처음에는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찾았지만 생각보다 음식도 맛있고 어릴 때 살던 집 생각도 나서 자주 오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해당 시대를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는 낡은 옛것이 신선함으로 다가서고 있다

대전에 사는 A(28·여)씨는 “인스타 보고 찾아왔다. 옛날 건물이 재밌고 신기하다”며 “친구들과 자주 올 것 같다”고 전했다.

여관건물을 리노베이션 한 카페 주인은 “기차 시간이 남는 분들도 카페를 많이 찾는다. 찾는 분들이 많아져 최근에는 마감시간을 2시간 연장했다”며 “지금 반짝 뜨는 동네가 아닌 지속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시민들과 오래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선정화 기자 sj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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