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현 충남학원안전공제회 이사장

2019년 화두로 떠올랐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여부를 둘러싼 논쟁과 갈등이 국내·외 현안에 묻혀져 가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인한 한일 관계 악화, 답보상태의 북미협상,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미중 무역 등 대한민국의 현실이 '교육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기에 녹록치 않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본다면 '교육'역시 경제 안보 못지않은 중요한 사안이다. 교육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 갈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고, 국가의 지속적인 미래 발전을 이끌어갈 다음 세대에게 전세대가 쥐어줄 작은 손전등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교육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홍역을 앓아왔다. 올해 역시 자사고 폐지 문제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 교육당국간 법정 다툼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사고 제도가 몇몇 사람들의 이해타산(利害打算)으로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닌데도 일부 교육관계자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또다시 재단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자사고 제도는 1974년부터 시행된 '고교평준화' 정책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2002년부터 8년여 동안의 시범운영을 거친 뒤 2009년 전국 40여곳으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더욱이 자사고 제도는 과거 진보, 보수 양 진영 정부가 함께 고민한 제도다.

그러나 현정부 및 일부 교육관계자들은 이제 겨우 10년된 자사고 제도에 대해 고교 서열화를 조장하고, 공교육 황폐화를 가져온다는 논리를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결국 오랜 논의 끝에 제시된 교육정책을 또다시 폐기하고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자사고 제도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당시 논란이 많았던 고교평준화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학계, 전문가, 학부모들이 치열하게 고뇌해 내놓은 대안이 '자사고'였던 것이다. 그런 결과물이 제대로 꽃도 피우기 전에 시들어버릴 위기에 처했으니 답답한 마음뿐이다.

교육은 이념의 잣대로 재단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념적으로 따진다면 어떠한 교육정책도 반대하는 세력이 나타날 것이다. 그럼 그럴 때마다 교육정책을 흔들어야하는지 되묻고 싶다. 대한민국이 짧은 시간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인재양성에 심혈을 기울여왔기 때문이다. 교육에 완벽한 정책은 없겠지만 적어도 교육정책은 다소 부작용이 있더라도 우수한 학생을 양성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에서 벗어나지 말아야한다. 특히 학교체제를 획일화해 모든 학생들을 똑같이 만들겠다는 생각은 모순이자 독선이라는 점을 반드시 알아야한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데 어떻게 똑같이 만들 수 있단 말인가.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들은 마음껏 공부할 수 있게, 운동을 하고 싶은 학생들은 원 없이 운동할 수 있게, 노래하고 싶은 학생들은 노래할 수 있게, 각자의 개성과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육'은 이념 논리의 말장난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숙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교육당국은 자사고 폐지에 대한 문제를 신중하게 접근해 주길 간곡히 청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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