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공론장(公論場:public sphere). 개인들이 어떤 주제를 놓고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고 정치적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삶의 영역이다. 이른바 담론적 공간이다. 이 영역은 얼굴을 맞댄 공간과 그렇지 않은 인터넷 공간도 해당한다. 토론에는 단, 조건이 있다. 반드시 참여자들은 발언에 차별이 없는 동등한 자격이 필요하며 토론은 마구잡이가 아닌 이성과 합리성에 입각한다.

공론장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라 볼 수 있다. 폴리스에는 산언덕 위의 성채인 아크로폴리스와 아래에는 광장인 아고라(Agora)가 있었다. 아고라에서 민회(民會), 재판, 상업, 사교 등의 활동이 이뤄졌다. 민회는 그리스 도시국가의 정기적 시민 총회다. 시민은 시민권(노예, 외국인 제외)을 가진 성인 남성에 한한다. 시민들은 아고라에 정기적으로 모여 정치 문제, 전쟁에 대한 대비 등 국가 중요 정책을 토론을 거쳐 다수결 투표로 결정했다.

이 아고라가 지금의 공론장이다. 공론장의 참여자는 아고라에서처럼 반드시 사회적 지위이든 경제적 지위이든 동등한 자격이 주어진다. 발언권에 제한을 받아서는 안 된다. 상호 이해에 근거한 의사소통행위가 자유로워야 한다는 얘기다.

이 공론장을 학문으로 영역화한 학자가 독일 사회학자 위르겐 하버마스(Harbamas)다. 그는 공론장을 '이성에 입각한 토론을 통해 사회 전체에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규범과 가치에 대한 합의를 창출하며 국가 권력에 대한 합리적 정당화를 제공하는 공간'이라 했다.

공론장은 시민이 무엇보다 국가 권력에 대해 객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주체로서 맞서는 공간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공론장이 있는가. 있다면 제 역할을 하는가.

어느 나라이든 아고라 같은 공론장은 이미 사라졌다. 매스미디어가 대신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매스미디어가 올바른 공론장 역할을 한다고 자부하기에는 너무나 부끄러운 지경이다.

지나친 오락성과 권력의 시녀화가 공론장의 쇠퇴화의 원인이다. 이런 공론장에서는 결코 권력을 견제하고 여론을 형성할 수 없다. 결국 우리는 국가권력의 수동적인 객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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