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제3의 정당’ 주장
“안철수·유승민 포섭할 것”
반발 여전… 지역서도 실망감

[충청투데이 나운규 기자] ‘손학규 선언’이 바른미래당 내 갈등을 봉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내년 총선 구도도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행보에 따라 내년 충청권 총선에서 지역구별 대결 구도가 양자구도 또는 3자구도로 바뀔 수 있는 만큼, 지역 정가엥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당의 진로와 내년 총선전략 등을 담은 이른바 ‘손학규 선언’을 발표했다. 손 대표는 “바른미래당이 중심에 서는 빅텐트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이나 민주평화당에서 갈라선 대안정치와의 통합이 아니라,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한 제3의 정당을 지켜나가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는 “중도정당에 대한 국민적 여망, 제3당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내년 4월에는 기적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학규·안철수·유승민’ 공동 체제를 제안했다.

그는 “손학규와 안철수, 유승민이 함께 화합해 앞장서면 다음 총선은 우리의 승리가 될 것이다. 내가 직접 나서 안철수·유승민을 끌어들이겠다”고 밝혔다.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와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었냐’는 질문에 손 대표는 “교류를 시도했지만 답이 없었다. 지금부터 모든 채널을 동원해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비당권파가 주장해온 퇴진에 대해서는 “저는 더 이상 자리에 대한 욕심은 없다”면서도 “다만 한 가지 남은 꿈이 있다면 대한민국 정치의 구조를 바꾸어서, 누가 들어서더라도 국정을 제대로 운영해서 국민이 ‘함께 잘사는 나라’를 이끌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추석 이전에 당 지지율이 10%를 넘지 못하면 당 대표를 사퇴하겠다”고 한 발언을 번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손 대표의 발표에 대해 당내 갈등을 봉합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내 비당권파를 중심으로 한 바른정당계는 즉각 반발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손 대표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지키지도 못할 허망한 약속을 반복하는 일이 아니다”며 “손 대표는 당권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선당후사의 정신을 발휘하라”고 손 대표의 사퇴를 주장했다.

그는 “손 대표의 리더십은 이미 붕괴 상태”라며 “자신이 주장해서 자신이 만든 당 혁신위마저 좌절시키는 ‘당권(黨權) 집착’과 수시로 말을 뒤집는 양치기 소년 행태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손학규 선언’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지역 정가에선 실망감을 드러내는 눈치다.

지역 정치권 한 인사는 “대전에서도 신용현 국회의원, 남충희 전 시당위원장, 한현택 전 동구청장 등 바른미래당 소속 유력 출마자들이 있는 만큼, 바른미래당 행보에 따라 일부 지역구 대결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이 때문에 지역 정가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운규 기자 sendm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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