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 빠진 청소년들… 사채 빚에 범죄자 전락도
충남 위험집단군 10.2% 달해
놀이문화 부재 주 원인 지적

#1. 충남에 사는 고등학생 A(18)군은 최근 온라인 불법 도박 프로그램 ‘소셜그래프’를 통해 1억 4000만원을 벌었다. 재미를 본 A군의 배팅은 갈수록 커졌고 결국 모든 돈을 잃은 후 사채까지 손을 댔다. A군이 친구·선배 등으로부터 빌린 채무는 점점 커져 이자 포함 900만원까지 늘어났다. 빌려주는 사람 마음대로 책정된 사채 이자는 연이율 1600%에 달했다.

#2. 또다른 고등학생 B(17)군은 지난 3월 친구 C(19)군으로부터 도박자금을 빌려 최근 유행하는 온라인 도박 ‘룰렛 천사악마’, ‘달팽이’ 등을 시작했다. 

최고 50만원까지 따보기도 했지만 금세 돈을 잃었고, 사채가 연채되자 돈을 빌려줬던 C군은 돈을 받기 위해 B군의 부모까지 협박했다.

결국 B군은 도박자금과 사채를 갚기 위해 지갑 절도, 중고물건 거래 사이트 사기 등 2차 범죄를 저질렀다.

최근 10대 청소년 온라인 도박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청소년 도박이 확산되면서 청소년들 간 사채 문화까지 생겨나고, 도박 자금과 사채를 갚기 위한 2차 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20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대전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도박을 첫 경험한 10대는 대전 31.4%, 충남 29.8%로 집계됐다.

대전 청소년 100명중 약 31명이 온라인 도박을 접해봤다는 이야기로, 전국 평균 20.5% 보다 높은 수치다.

‘청소년 도박 문제 위험집단군’은 대전은 5.9%이지만, 충남은 10.2%로 전국 평균 6.4% 보다 높았다.

대전지부는 ‘놀이 문화 부재’를 청소년 온라인 도박문제 주범으로 꼽고 있다.

대전지부 관계자는 “청소년들의 놀이 문화가 없는 상황에서 온라인 도박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데다, 주위 친구들이 하다 보면 죄의식 없이 같이 하게 된다”면서 “도박 자체도 문제이지만, 사채 문화나 2차 범죄로 이어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실질적으로 불법도박 행위가 이뤄지는 베팅 사이트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고 수시로 주소가 바뀌는 회원제로 운영돼 적발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교 측 예방 교육이 필요하지만 정작 명문고 등은 학교 이미지 실추를 생각해 쉬쉬한다”며 “온라인 도박으로 청소년들이 뒤틀린 경제관을 갖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선정화 기자 sj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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