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소외된 중장년 “인터넷 할 줄 몰라 새벽부터 줄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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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소외된 중장년 “인터넷 할 줄 몰라 새벽부터 줄 서”
  • 송휘헌 기자
  • 승인 2019년 08월 20일 19시 09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8월 21일 수요일
  •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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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추석 기차표 예매현장
오송역 15분전 50여명 대기
대부분 50대 이상 … IT 취약
‘키오스크’에도 어려움 겪어
“결국 주문 못하고 매장나와”
20일 오전 8시 청주 오송역 추석 기차표 예매 창구앞에 대기하는 시민 중 중장년층이 많이 보이고 있다. 송휘헌 기자
20일 오전 8시 청주 오송역 추석 기차표 예매 창구앞에 대기하는 시민 중 중장년층이 많이 보이고 있다. 송휘헌 기자

 

[충청투데이 송휘헌 기자] 인터넷, 스마트폰 등 디지털 소비와 키오스크를 이용한 무인화 시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과 IT(정보통신) 기기에 취약계층인 중장년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일 오전 7시 45분 청주시 흥덕구 KTX 오송역 창구에는 50여명의 시민이 줄을 서고 있었다. 창구 앞에 기다리고 있는 시민은 대부분 50대 이상으로 보였다. 20~40대는 20~3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아들을 보러 서울행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해 온 A(69·여) 씨는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예매하지만 컴퓨터도 할 줄 모르고 자식들이 바쁜데 도와달라고 하기도 미안해 직접 왔다”며 “혹시나 줄이 길까 봐 새벽 5시에 일어나 서둘러 준비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추석에 부산을 간다는 B(53·여)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B 씨는 “또래 친구들을 보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능숙하게 다룰줄 아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며 “매년 아들이 인터넷으로 예매를 해줬는데 군대에 가서 직접 현장 예매를 하기 위해 왔다”고 전했다.

현장에 기차표를 예매하러 온 20~30대들은 오전 7시에 시작한 인터넷 예매에 실패하거나 집이 가까워서 등의 이유를 이야기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어려움을 겪는 장노년층 고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에는 키오스크(무인 주문시스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햄버거를 사러 봉명동의 한 매장에 들린 C(60) 씨는 키오스크에 막혀 사지 못했다. C 씨는 “딸이 햄버거 행사를 한다고 사다 달래서 매장에 갔더니 무인기계로 주문을 하는 방식이었다”면서 “뒤에 사람들도 많이 기다리고 2~3분 기계를 만져보다가 결국 주문을 하지 못하고 매장을 나왔다”고 토로했다.

또 60대 D 씨도 “자식 내외와 성안길에 좋은 카페가 있다고 해서 같이 갔는데 무인시스템이라 주문을 못했다. 아들이 없었으면 먹지도 못할 뻔 했다”며 “앞으로는 편의점, 식당 등이 점점 무인화되는 데 가지도 못하고 이러다 밥도 못 먹는 거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8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정보화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장노년층(만 55세 이상)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63.1%, 농어민 69.8%, 장애인 74.6%, 저소득층 86.8%로 정보격차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장노년층의 정보 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스마트폰, 인터넷 등이 활성화된 시대에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디지털 문맹’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 60~70대뿐만 아니라 50대 이상도 스마트폰, 키오스크 같은 기기를 다루기 어려워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최충진(더불어민주당·나선거구) 청주시의원은 ‘청주시 정보취약계층 웹접근성 향상을 위한 조례’를 대표 발의해 지난 6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조례의 주요 내용은 △정보취약계층 웹 접근성 향상계획 매년 수립 △3년 단위 실태조사 △사회적 인식개선 교육과 홍보 △자문·심의 위원회 설치 등이다. 조례에 따라 청주시는 현황 파악과 자료수집 등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또 내년도 실태조사 사업 계획을 수립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시는 웹, 애플리케이션 정보화 교육을 계속해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인터넷 검색, 스마트폰 활용, 카페·블로그 사용 방법에 대해 85회에 교육을 진행해 1630명이 수강했다. 이 중 교육연령에 95% 이상은 50대 이상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실질적인 인터넷, 스마트폰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B 씨는 “SNS 관련 교육을 받았는데 사진 찍고 올리고 하는 것이 일상생활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인터넷 표 예매 방법, 쇼핑이나 스마트폰으로 음식배달, 숙소 예약 등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강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 C 씨는 “키오스크도 50대 이상에는 어려움이 될 수 있다”며 “키오스크나 디지털기기를 가르쳐 주는 강좌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휘헌 기자 hhsong@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