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오랜만에 휴대폰 요금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3개월째 VOD 스트리밍 이용권이 자동 결제되고 있었던 것. 한 달 동안 무료로 이용가능하다는 프로모션으로 VOD 스트리밍 사이트에 가입했던 것이 화근이 됐다. 하지만 해지하는 방법이 복잡해 귀찮기도 하고 이용료도 커피 한두 잔 값 정도로 비싸지 않아 VOD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상술에 속았지만 선택을 번복하기 귀찮아 결제하는 소비자들을 노린 이른바 ‘다크넛지(Dark Nudge)’상술이 활개를 치고 있다.

다크넛지는 옆구리를 슬쩍 찌르는 것처럼 비합리적 소비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강요하지 않고 사람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마케팅 방법인 넛지와는 상반된 개념이다.

다크넛지 상술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은 ‘음원사이트’다.

멜론, 지니, 벅스와 같은 대부분의 음원사이트에서는 처음 음원 이용권을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할인된 금액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할인이벤트 기간이 지나고 나면 정상가로 자동 결제 된다.

그러나 이용권 해지 버튼을 꽁꽁 숨겨놓거나 해지 과정을 복잡하게 만드는 등의 꼼수를 써 해지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피로를 유발한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디지털 음원 서비스 이용 관련 소비자 불만 886건을 분석한 결과 약 51.3%로 ‘할인행사 후 이용권 자동결제’를 포함한 요금 관련 불만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이용기기 종류(안드로이드, 아이폰, PC)별로 음원 사이트 해지 방법을 설명하는 글들이 수천 건 검색된다.

숙박업소 예약 사이트 '아고다' 캡쳐화면

숙박시설을 예약할 때도 비슷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숙소를 알아볼 때와 결제할 때 금액 차이가 발생한다.

결제 시 청소비와 수수료 등이 추가적으로 부가돼 최종 결제 금액이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예매한 B씨는 “처음 알아봤을 때보다는 비싼 가격지만 이미 위치, 후기, 가격 등을 다른 숙소들과 비교해 결정한 것이라 귀찮아서 그냥 결제했다”고 말했다.

숙박시설 예약 사이트 ‘아고다’는 '어제부터 25회 예약됨' '현재 12명의 여행객이 이 숙소 확인 중'과 같은 압박성 문구를 노출시켜 소비자에게 불안감을 형성하고 예약까지 하게 만든다.

그러나 예약 버튼을 누르면 역시 봉사료와 세금이 추가돼 최종 결제금액은 조금 더 비쌌다.

한국소비자원은 "온라인 콘텐츠 무료 체험 후 유료 전환 서비스 이용 시 자동결제 연장 여부를 확인하고 고지서에서 자동결제 내역을 매달 살펴야 한다"며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또 "압박성 문구는 신뢰성이 낮으므로 섣부른 구매를 자제하고 최종적으로 지불해야하는 비용의 구성요소와 총액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정민혜 기자 jm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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