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일 자유한국당 대전시당위원장·유성을당협위원장

8월 말이면 정들었던 충대 교정을 뒤로 하고 교문을 나선다. 좁디 좁은 공간이었지만, 지난 30여년간 많은 영감과 상상력을 키워준 ‘육동일 교수 연구실’도 문패가 바뀔 것이다. 수많은 제자들의 숨결을 느꼈던 강의실도 아쉽지만 떠나야 한다. 나는 이제 교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명대사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말이 떠오른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지난 교수활동 막바지 많은 분들은 나보고 교수로서 존경과 신뢰를 받았으면 되지 왜 힘든 정치의 길을 가느냐고 물어왔다. 교수나 전문가들은 현실정치와 선거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하면서 그 냄새나는 시궁창에는 가지 말라고 적극 만류하기도 했다. 또 선거에 나서는 교수들을 권력에 기생하려는 폴리페서(polifessor)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하면서 삐딱한 시선으로 보기도 헸다. 최근에는 앙가주망(engagement)이라고 임명직에 가는 교수는 괜찮다고 구차하게 변명하는 사람도 생겼지만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지적들에 동의하지 않는다. 교수 시절 대부분의 활동 과정에서 비정치적이고 초당적 입장을 견지했다. 여러 곳으로부터의 정치적 권유나 유혹을 단호히 뿌리쳤다. 현실정치 참여는 최근의 일이다. 정치나 선거는 물론 개인사유로 교수 재직중 휴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대학에서 파견직으로 맡은 대전발전연구원장 재임시에도 강의를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지금도 나는 이 점을 뿌듯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제 교수직을 끝내고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분야와 역할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대전발전을 위한 도전은 멈출 수 없다. 내가 평생 아끼고 사랑한 내 고향 대전은 지금의 쇠퇴위기에서 재도약으로, 과거에서 미래로, 분열에서 하나로 가야 한다. 그 사랑이 짝사랑이고 그 도전이 무모할 지라고 후회하지 않는다. 둘째는 평생 연구하고 가르친 지방자치가 올바로 자리잡는 한편, 국가와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이다. 필자는 한국 지방자치가 30년 만에 부활하는데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지난 28년의 지방자치가 여기까지 오는데 전문가로서 자치분권의 비전과 방향 및 과제를 제시하는데 있어서 나름대로의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지방자치는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된다. 보다 성숙하고 국민이 지지하고 만족하도록 바꾸고 고칠게 너무 많다. 갈 길도 멀다. 그래서 아직 해야 할 역할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의 정치는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굳게 지키면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정치와 국회 그리고 정당을 개혁해야 한다. 의회민주주의 선진국의 의회와 의원들은 모든 권력적 특권과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가와 지역민들의 심부름꾼으로 기꺼이 봉사한다.

국민들로부터 받는 존경과 신뢰라는 더 크고 더 행복한 특권을 누리기 위해서 고된 임무를 깨끗이 수행하는 것이다. 우리도 국회의원들이 가진 특권을 보수당인 자유한국당이 먼저 내려놓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믿는다. 따라서 국민과 지역민의 행복을 위해 아낌없이 봉사하고 희생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o oblige) 의 자세로 새로운 정치와 국회 그리고 정당을 만드는데 앞장서고 싶다.

지금부터 ‘교수 육동일’은 더 이상 없다. 새롭게 펼쳐질 인생의 새 무대에, 그것도 살벌한 전쟁터에 새내기 ‘정치인 육동일’이 외롭게 서있을 뿐이다. 독자 여러분들께 그간 보내주신 기대와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더욱 많은 관심과 격려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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