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술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회식(會食)을 한자어 그대로 풀이하면 '함께 모여서 밥을 먹는 것'이다. 주로 같이 일하는 회사 사람들과 모여 식사를 할 때 회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니, 우리가 흔히 말하는 회식은 '회사 등의 조직에서 같은 팀 또는 부서 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하는 것'이라고도 정의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회식은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술자리', '가기 싫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최근 주52시간 근로가 적용되고, '워라밸'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회식이 점점 줄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회식은 지양해야 할 문화일까.

'회식'의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의외의 곳에서 이 단어를 마주하게 된다. 바로 사마천이 지은 '사기(史記)'의 '회음후 열전(淮陰侯 列傳)'이다. 회음후 열전을 보면 한신이 유방(劉邦)을 명을 받들어 조(趙)나라를 정벌하러 가는 부분이 나온다. 한신은 조나라 군대와 싸우기 전, 부장들을 시켜 군사들에게 가벼운 식사를 나눠주도록 하고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오늘 조나라 군사를 무찌른 뒤 다함께 모여 실컷 먹자!(今日破趙會食).’

그러나 부장들은 아무도 이 말을 믿지 못했다.당시 한신의 군대는 1만 여명이었지만, 조나라는 군사는 20만여 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전투를 시작하고, 한신이 지휘하는 대로 따랐더니 정말 조나라 군대를 한나절 만에 이기고 저녁 때 모여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이 고사에서 '파조회식(破趙會食·깰 파(破) 조나라 조(趙) 모을 회(會) 먹을 식(食))'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오는데, '회식'이 바로 이 사자성어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여기서 우리는 회식의 목적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위 고사에서 회식은 함께 밥을 먹으며 조나라를 이긴 기쁨을 나누는 자리였을 것이다. 요즘 우리의 회식의 모습을 살펴보자. 여전히 고기를 구우며 소주나 폭탄주를 마시는 곳도 있는 반면, '고기 & 소주'는 옛날 방식이라며 영화 등을 함께 보는 곳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회식의 의미(또는 목적)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먹고 마시는' 행위 그 자체 보다는 식사를 매개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공유한다는 의미가 있다. 하기에, 직장의 회식은 장소나 형식보다는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할 마음'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구성원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형식으로 회식 문화를 만들어 간다면, 우리의 회식과 직장 생활은 더 즐거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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