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수 단국대학교 교수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1991년 소련 붕괴를 신호로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은 모두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함으로써 경제문제에 관한 한 체제경쟁은 자본주의의 압도적 승리로 귀결됐다. 이후 사회주의 국가들은 체제 전환 이전에 비해 매우 양호한 경제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북한보다 더 불리한 지정학적 조건을 갖고 있는 육지섬 국가 몽골도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까지 남한과 북한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있다. 특히 외세에 의해 분단된 남한과 북한은 각각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입각해 경제를 운용해 온 결과 남한은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해 선진국 문턱에 진입했다. 반면 북한은 여전히 세계 최빈국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북한의 명목 국민소득은 35.9조 원이지만, 남한의 명목 국민소득은 1898.5조 원으로서 북한의 약 53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민족의 경제운용 성과가 이처럼 크게 나타나는 것은 경제체제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밖에 없다. 북한에 있어서 최우선 당면과제는 체제 존속 및 강화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로 이어지는 군사·경제 병진 정책은 이용 가능한 자원조차도 과도하게 군사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민간 경제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에 와서는 핵미사일 개발에 총력을 기울임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더욱더 고립돼 가고 있다. 물론 경제회생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중국에의 정치·경제적 종속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북한이 지속적으로 현 체제를 유지할 경우 한국경제의 재도약에도 크나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일한국 하에서 남북한 경제는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음은 다양한 연구들이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국제통화기금(IMF)은 향후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며, 2024년경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불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남과 북의 역량을 합친다면 각자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8000만 단일시장을 만들 수 있다. 나아가 한반도가 통일까지 된다면 세계경제 6위권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북한이 하루라도 빨리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돼야 하며, 종국적으로는 평화적인 남북통일을 이룩해 평화경제가 정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북한의 핵도발로 인해 모든 것이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물론 현 상태에서의 남북한 경제의 귀결은 오로지 체제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경제부문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부문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적어도 남북한 당국은 정경분리 원칙에 입각해서 남북대화와 남북 경제협력 및 교류만이라도 재개하는 정치적 결단을 통해 향후 통일한국에 대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평화경제의 구축은 통일한국이 경제적 번영과 재도약을 이룩해 세계사의 주역으로 발돋움하게 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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