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트’

일에 몰두하며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워라밸이 유행한 지도 한참이 된 지금, 일에 몰두하는 삶을 이야기하는 게 물색없어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과거 한때는 자신의 일에 인생을 바치고, 열정을 다하는 삶을 ‘프로’의 자세라며 칭송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1990년대 후반의 이야기다.

영화 히트 포스터. 사진=네이버 캡쳐
영화 히트 포스터. 사진=네이버 캡쳐

이번에 이야기해 볼 영화는 ‘히트(1995)’다. 연기파 배우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 주연.

미국 LA가 배경인 이 영화에서 알 파치노가 형사로, 로버트 드 니로는 은행털이범으로 등장한다.

두 사람은 형사와 범죄자라는 대립된 인물이지만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두 일에 자신의 인생을 헌신한다는 점. 그래서 두 사람 다 친구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부인도 없거나, 있더라도 관계가 위태롭다.

두 연기파 배우는 각자의 역을 너무나도 훌륭하게 소화한다. 그래서 홀로 외로워하는 모습도 멋있고, 가족관계가 파탄이 나도 다시 일을 하러 가야하는 모습까지도 멋지게 묘사된다.

일에 몰두하는 ‘프로’들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감독이 ‘일과 인생’의 관계를 콕 집어 이야기하기 위해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추측해 볼 수 있는 것은 영화가 제작된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일에 몰입하는 삶이 일종의 멋진 라이프 스타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 한 때 YOLO가 유행했던 것처럼, 이제는 인생에서 일이 아닌 다른 것들의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필자 역시 그러한 흐름에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영화 ‘히트’의 두 주인공과 같은 삶에 대한 동경이 생기기도 한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또 그만큼 훌륭하게 해내고 주변의 인정까지 받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형사와 범죄자의 대립과 추격을 주요 줄거리로 하는 영화는 종반부에 가서 두 주인공 중 한명이 다른 한명에게 죽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죽는 사람의 얼굴에서 삶에 대한 후회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두 사람은 악수를 하며, 훌륭한 게임을 펼친 서로를 격려하며 영화가 마무리 된다.

안형준 기자 ah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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