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021년 대학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기본역량진단)'을 내놓자 지역대학들이 셈법을 하느라 분주하다. 대학 정원 감축을 각 대학의 자율에 맡기겠다는 게 이번 기본역량진단의 골자다. 지난 5년간 정부 주도로 대학정원 5만명을 감축했다. 지방대의 정원감축 폭이 컸다. 실적위주의 획일적 평가로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교육부도 기본역량진단을 발표하면서 이 점을 인정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의 입학정원 감축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당장 내년부터 대학입학 예상인원이 대입정원을 초과하는 역전현상이 일어난다. 대학입학 예상인원은 47만9000여명인데 전국 대학 정원은 49만7000명이나 돼 정원이 1만8000명가량 많다. 대학입학 예상인원은 갈수록 줄어들어 2024년에는 37만명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대학들은 어떻게든 구구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초점은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입학정원을 줄일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교육부는 정원감축을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대신 평가를 통해 재정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주요 평가 지표로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등이 제시됐다. 수도권 대학과는 달리 충원율이 낮은 지방대의 타격이 우려된다. 그러잖아도 상당수 지방대들은 학생을 모집하지 못해 정원미달 학과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알리미 공시자료를 보면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이 100% 미만인 대학 146곳(제2·3캠퍼스 제외)가운데 서울에 있는 대학은 35곳에 불과하다.

정원감축을 대학의 자율에 맡긴 만큼 평가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그래도 될 정도로 재정적 여유가 있는 대학이 몇 곳이나 되겠는가. 사실상 자율이 아니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재정지원을 무기로 정부가 입학정원 감축을 압박하면 지방대부터 정원 감축에 내몰리고 말 것이다. 정부는 수도권대학과 지역대학의 충원율을 분리 평가하는 등 지역대학을 위한 배려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얼마나 피부에 와 닿을지 모르겠다. 기본역량진단을 확정하기에 앞서 지역대학의 목소리를 경청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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