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지원·교실수업개선 충청투데이-대전시교육청 공동캠페인]
대전전민초 자발성교육으로 ‘혁신’, ‘교장 수업’ 규칙 정해 집중력·흥미↑
짝발표·벌떡발표 학생 자신감 키워, 새바람 역량으로 과정중심평가 눈길
과제 던지면 협업…교사들 수업 공유

[충청투데이 윤희섭 기자] 다른 사람 앞에서 자발적으로 발표에 나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발표에는 용기, 자신감, 자신의 모습을 내보여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수반된다. 이렇게 어려운 발표가 자연스럽게 자리잡힌 학교가 있다. 학생 중심 수업효과 극대화를 고민하던 이재균 대전전민초등학교(이하 전민초) 교장은 직접 교실에 들어가기로했다. 이렇게 교장과 학생들이 직접 학급 규칙을 정하며 시작된 수업들이 이어져오면서 이제는 교장의 수업이 기다려진다는 학생들. 전민초가 ‘신바람 학교’로 불리기까지, 자발성 교육으로 새바람을 일으킨 교실수업개선 방법에 대해 살펴봤다.
 

▲ 이재균 교장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전교육청 제공
▲ 이재균 교장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전교육청 제공

◆직접 수업하겠다는 교장, 수업이 재밌다는 학생들

"오늘 교장선생님이 우리 반에 오셔서 수업 해주시는 거에요? 와아!"

전민초 O학년 O반 교실에서 터져나온 학생들의 함성이 운동장까지 멀리 퍼졌다. 이 학교 교장과 학생들은 학급 규칙을 정하면서 수업을 시작했다.

오늘 수업의 학급 규칙은 세가지로 정해졌다. 교장이 ‘얼음!’이라고 외칠땐 모든 동작을 멈춘다. ‘눈빛!’이라고 외치면 학생들은 ‘공부할 준비가 됐다’는 마음으로 교장에게 눈빛을 보낸다. 학생들이 친구와 토의하는 도중 깨달은 것이 생겼을땐 ‘아하!’하고 외친다. 매우 단순하고 명확한 규칙들이었다. 교장은 이날 수업에서 통신 수단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을 나눠 보자는 과제 하나만을 제시했다. 반 전체가 경쟁하듯 벌떡벌떡 일어나 발표를 하면서도 다른 친구가 발표를 하는 순간에는 이야기에 귀를 쫑긋하고 듣는다. 발표보다 생각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일러준 교장의 말을 이해하는것 처럼 보였다.

학생들은 신나게 발표를 하다가도 '얼음!' 소리에 동작을 멈추고, '눈빛!' 소리에 반짝이는 눈빛으로 교장을 바라본다. 교장은 표정과 목소리로 학생들의 생각을 더 끌어내기 위해 유도한다.

우리 생활 속에서 가깝게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것이 뭐가 있을지 물어보는 질문에 학생들은 입모아 "휴대폰이 있어요."를 외쳤다. 곧바로 학생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아하!"라고 동시에 외치며 굉장한 것을 발명하기라도 한 듯 함께 기쁨을 공유했다. 학생들은 다시 벌떡벌떡 일어나 친구들끼리 중요한 내용을 서로 나누며 질문과 답을 한다. 학생이 주체가 되면서 활기찬 수업이 이어졌다. 교장이 마지막 차시 예고를 하자 학생들은 다음 시간에도 교장이 수업한다며 신이 나서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 학생들이 벌떡발표를 하고 있다. 대전교육청 제공
▲ 학생들이 벌떡발표를 하고 있다. 대전교육청 제공

◆발표의 시작은 ‘짝발표', 발표 결정권은 학생들로부터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용기, 자신감, 그리고 부담감까지 수반되기 때문이다. 전민초 교사들은 이렇게 어려운 발표를 학생들이 거침없이 벌떡벌떡 일어나 발표를 하는 비결에 ‘짝발표’가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짝발표는 짝, 앞, 뒤, 옆 친구와 질문에 대한 대화를 나누게 하고 들은 내용을 발표하게 하는 교수법이다.

전민초 관계자는 “학기 초 △일어서서 발표하기 △존댓말 사용하기 △바른 자세로 경청하기 등을 원칙으로 발표의 시작인 짝발표를 활성화하면서 교실의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전민초 수업에는 다른 학교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 있다. 선생님의 질문에 학생들이 손을 들지 않고 일어나 발표한다는 것.

"지금부터 친구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해보아요." "제가 잘하는 것은 축구고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친하게 지내자입니다." "축구를 언제부터 잘했나요?" "2학년이 되어서 잘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해서 잘하게 되었습니까?" "1학년 때부터 축구부에 들어가 연습을 하면서 잘하게 됐습니다." "당신의 꿈은 축구선수 입니까?"

친구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른 친구들이 벌떡벌떡 일어나 꼬리를 물어 질문을 하고 답을 한다. ‘벌떡발표’를 위해 한꺼번에 몇 명이 동시에 일어나 발표자로 남을 것인가 상대에게 양보할 것인가 서로의 눈치를 보며 배려와 양보를 통해 학생들 스스로 발표자가 정리된다. 무엇보다 벌떡발표는 학생들이 재미있어 하고 자발성이 커지며 리더십을 기를 수 있다고 교사들은 이야기 한다. 전민초 각 학급에서는 왁자지껄, 시끌벅적, 발표와 토론 등으로 발표의 결정권을 학생들에게 전적으로 일임한다.

▲ 학생들이 인성덕목 카드를 내밀고 있다. 대전교육청 제공
▲ 학생들이 인성덕목 카드를 내밀고 있다. 대전교육청 제공

◆과정중심평가의 기준 제시하는 ‘새바람 역량’

전민초 교사들은 먹잇감을 던지듯 학습과제를 던지고 학생들은 집단 협업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알아야 할 것,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법을 스스로 찾아낸다.

교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질문으로 학습 과제를 크고, 작게 던지기'이다. 학생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고를 활성화시키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한다. 교사들은 문제해결 능력, 자기 주도 학습, 효과적인 협업 능력, 핵심역량의 신장을 위해 어떤 먹잇감을 던져야 될지 고민한다.

특히 과정중심평가는 수업 과정 속에서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면서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낸다. 평가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 전민초의 평가도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6가지 핵심역량에 따라 학생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가치와 연계해 '새바람 역량'을 제시했다.<표1>

학생의 지식을 점수로 판가름하는 지필평가를 줄이고, 토의·토론, 프로젝트, 실습 등 학생 중심 수행 위주의 평가를 실시한다. 평가를 통해 역량의 성장을 확인하고, 또 다른 배움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같은 학년 교사들 수시로 모여 수업 공유

전민초는 수업연구·수업나눔 활동을 실시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동학년 중심의 교사학습공동체가 상시 모인다. 수업에 관한 책을 나누기도 하고 각자 교실에서 부딪히며 힘들었던 수업 이야기를 나눈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마인드맵, 허니보드판 등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토의·토론, 질문을 하며 연구하고 공유한다. 관행적 수업협의회가 아닌 동료교원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피드백이 오가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것이다.

전민초 이재균 교장은 “전민초의 슬로건은 재미있게 가르치자, 알기 쉽게 가르치자, 다양성에 집중하자, 교육의 형평성을 높이자 네 가지다”라며 “바람을 타고 퍼져나가는 민들레 홀씨처럼 자발성과 즐거움이 있는 전민초의 학생중심수업이 널리 퍼져 수업이 개선되고 학생들이 행복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희섭 기자 aesup@cctoday.co.kr

핵심 역량 새바람역량 벌떡 수업 속 상시 평가 내용
자기관리 자율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스스로 실천하는가?
지식정보처리 탐구 다양한 정보를 찾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창의적사고 창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가?
의사소통 소통 토의·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바르게 경청하는가?
심미적감성 공감 주변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잘 찾고, 친구를 공감하려고 노력하는가?
공동체 협동 학급 규칙을 잘 지키고, 친구를 배려하며, 협동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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