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식 충북본사 취재부장

지난 주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에 따른 예산폭탄 전망에 따른 기사를 썼다. 예산이 시정 전반을 다루는 만큼 어느 취재보다 많은 취재원을 만났다. 만난 취재원들은 내년도 청주시 예산이 세수의 급락과 세출의 큰 폭 증가로 어려울 것이라는데 동감했다. 그리고 이구동성으로 나온 말은 “그래도 우리 예산은 깎기 어려울 겁니다”였다.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행정학에서 예산은 정치적 투쟁의 결과물로 정의한다. 예산안에 담긴 항목은 그 필요성에 대한 주장과 검증, 다른 예산과의 경쟁, 시의회의 재검증 등을 거친다. 예산 감액은 그래서 후폭풍이 크다.

흘러가는 상황을 보면 내년 청주시 예산에서 특정 항목의 감액은 불가피하다. 따져보면 어디서 줄어들지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법정경비, 국·도비 매칭 등 경직성 경비 등을 제외하면 뻔하다. 과거 재정난을 겪었던 지자체의 사례를 봐도 어느 분야에서 예산을 삭감했는지 알 수 있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예산 삭감이 거론되면 항상 1순위로 꼽히는 것은 SOC(사회간접자본)다. 소모성, 행사성 예산으로 분류되는 문화, 체육 등 각종 행사 개최비도 손가락에 들어간다. 민간단체 보조금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예산들 역시 나름 존재의 이유가 있다. SOC예산은 소규모 지역건설업체의 생명줄이다. 체육 행사 개최비 등은 숙박업, 음식업 등 상대적 소상인에게 간접적으로 수혜가 전달된다. 복지단체·사회단체의 실무자들은 지금도 열악한 환경에서 사명감으로 버티며 근무하고 있다. 삭감 우선 순위의 ‘쓸모없는 사업’으로 매도하기에는 혜택을 받는 시민들의 타격이 크다.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 일몰제 시행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공원, 녹지 등 시설 매입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어쩔수 없는 상황이다. 예산안 편성 시기는 다가오는데 매입규모, 매입시설 등을 결정할 거버넌스 구성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아직 구성되지도 못했지만 거버넌스에서 논의돼야 할 분야 중 빠진게 있다. 내년 예산안에서 삭감이 예상되는 분야의 시민대표들을 불러 이해를 구해야 한다.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시민사회단체는 시민들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공원을 지키겠다’는 당면 과제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거버넌스에 참여했다면 그 후에 불어올 후폭풍 역시 청주시와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공원에 투입할 예산이 시민에게 돌아갈 예산보다 중요하다면 그 이유를 밝히고 시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특정공원에 매입비를 집중해야 한다면 그 공원이 다른 지역에 있는 공원보다 더 중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예산을 투입하지 않는 대안이 있음에도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이유와 그 효과에 대해서도 증명해야 한다.

재차 반복하지만 예산은 정치적 투쟁의 결과물이다. 강력한 의견개진을 통해 원하는 예산을 편성하는 성과를 거둔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질 각오가 있어야 한다.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이 현실과 괴리되면 스스로의 입지는 좁아질 수 밖에 없다. 기자의 입장이고 충북시민재단 후원회원의 입장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