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 집회가 1400회째를 맞은 날이다.

현재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20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는 일본이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할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기억하지 않으면 진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을 감상하며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고 기억해보자.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김복동’…아직도 끝나지 않은 투쟁

지난 8일에 개봉한 영화 김복동(감독 송원근)은 여성인권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였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92년부터 올해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투쟁했던 27년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유명배우 한지민이 노개런티로 나레이션에 참여해 더욱 화제가 됐다.

90세가 넘는 고령의 나이에도 전 세계를 돌며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를 요구하는 김복동 할머니의 모습이 진한 울림과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현재 영화 김복동의 누적관객수는 3만 7886명이다.

 

▲‘주전장’…아베 일본 총리가 보지 말라고 언급했던 그 영화

지난 7월 25일 개봉한 주전장은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두고 일본 극우 세력의 실체를 폭로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주전장이라는 제목은 ‘주요 전쟁터’라는 뜻을 담고 있다.

데자키 감독은 일본 우익들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한국, 미국, 일본 3개국을 넘나들며 3년에 걸친 추적 끝에 펼쳐지는 숨 막히는 승부를 담아냈다.

지난 4월 일본 개봉 당시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고 극우 세력에게 두 차례나 고소를 당했다.

데자키 감독은 “아베 총리가 마침 영화를 보지 말라고 해서 영화 홍보에 아주 큰 도움이 됐다”고 농담 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

주전장은 개봉 20일 만에 누적관객 2만 5000명을 돌파하며 조용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허스토리’…일본을 발칵 뒤집은 관부재판 실화

지난해 6월에 개봉한 영화 '허스토리'(감독 민규동)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오직 본인들만의 노력으로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재판 사상 처음으로 보상판결을 받아 일본을 발칵 뒤집었지만 지금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관부재판’ 실화를 소재로 삼았다.

허스토리는 약 3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면에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허스토리언’이라는 팬덤을 형성할 정도로 마니아층이 두텁다.

 

▲‘눈길’…다른 운명으로 태어났지만 같은 비극을 살아야했던 두 소녀

눈길(감독 이나정)은 지난 2015년 2월 KBS1TV를 통해 먼저 2부작 드라마로 방영됐다.

유명 아역배우인 김향기와 김새론이 각각 가난하지만 씩씩한 ‘종분’과 부잣집 막내딸 ‘영애’를 맡아 열연했다.

같은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전혀 다른 운명을 타고난 두 소녀가 일본군 ‘위안부’라는 같은 비극을 살아가면서 서로 연대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눈길은 귀향과 같이 다수의 소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크라우드 펀딩’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펀딩을 시작한지 30분 만에 목표액 4000만원을 달성했다.

제37회 반프 월드 미디어 페스티벌 최우수상, 중화권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24회 중국 금계백화장 최우수 작품상과 여우주연상(김새론), 제67회 이탈리아상에서 대상인 프리 이탈리아상까지 권위 있는 상들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에움길’…나눔의 집 할머니들의 이야기

에움길(감독 이승현)은 350만여 명을 울린 ‘귀향’,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제작진이 지난 6월 20일 새롭게 선보인 휴먼 다큐 영화다.

영화 제작이 끝난 이후에도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나눔의 집 할머니들의 삶이 온전히 담긴 다큐멘터리 제작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여 생활하고 있는 나눔의 집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20년간 촬영된 기록물을 토대로 제작됐다.

할머니들의 희로애락을 영상으로 담아 영상 기록물로서의 가치도 큰 작품이다.

휴스턴 국제 영화제, 캐나다 국제영화제 등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했으며 단순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한 분 한 분의 삶을 담아내 담담하지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소리굽쇠’…왜 그 소녀들은 돌아오지 못했을까

소리굽쇠(감독 추상록)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소재로 한 최초의 극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배우 조안, 김민상, 이옥희를 비롯한 전 출연자, 제작진의 재능기부와 펀딩을 통해 제작돼 주목을 받았다.

영화의 제목이자 주요 소품으로 활용된 ‘소리굽쇠’는 한쪽을 울리면, 다른 한쪽도 똑같은 음을 내며 공명하는 음향 측정 기구로, 극중 역사적 비극으로 시작된 고통이 70여 년의 세월을 초월하여 대물림된 또 다른 아픔과 공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소리굽쇠는 다른 ‘위안부’ 문제 영화들과는 달리 해방 이후에도 고국으로 돌아올 수 없었던 중국 거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정민혜 기자 jm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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