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특허품 ‘말총모자’
공장설립… 민족 기업으로 키워
상하이 임시정부에 군자금 지원
대전서 특허등록 110주년 추모식

▲ 정인호 선생. 특허청 제공

[충청투데이 윤희섭 기자] 한국인 제1호 특허권자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헌신한 정인호 선생(1869~1945년)의 특허등록이 110주년을 맞았다.

특허청은 정인호 선생의 애국정신과 한국 특허제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기념하기 위해 추모행사를 개최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날 대전현충원 애국지사 묘역 내 선생의 묘에 한국 특허사에 남긴 이정표를 기념하는 상징물을 부착하고, 추모 행사가 진행됐다.

경기도 양주 출신인 정 선생은 구한말 궁내부 감중관과 청도군수를 지냈고, 일제의 침략이 가속화되자 군수직을 사직한 뒤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1909년 8월 19일 통감부 특허국에 특허 제133호로 말총 모자 특허를 등록받으며 한국인 특허 1호의 주인공으로 기록됐다.

일제에 의한 특허제도지만 한국인 최초로 특허를 획득했고 일본에도 특허를 출원해 등록받았다. 당시 우리 특허제도는 일본에 의해 1908년 한국특허령이 시행되며 도입됐다.

▲ 1909년 8월 24일자 대한매일신보 3면에 실린 말총모자 광고. 특허청 제공
▲ 1909년 8월 24일자 대한매일신보 3면에 실린 말총모자 광고. 특허청 제공

선생은 공장을 세운 뒤 말총 모자, 말총 핸드백, 말총 셔츠 등 다양한 말총 제품을 제작해 일본, 중국 등에 수출하며 민족기업으로 키웠다. 1919년 3·1운동을 계기로 대한독립구국단을 결성해 상하이 임시정부에 군자금을 지원하며 독립운동을 도왔다.

이렇게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한 활동으로 일제에 체포돼 5년 형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정부는 독립운동가의 공훈을 인정해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1977년 건국포장)을 추서했고, 정 선생은 대전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됐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일본제도에 의한 한국인 1호 특허가 역설적으로 민족기업을 성장시켜 임시정부에 군자금을 지원하며 독립운동의 숨은 자금원이 됐다"며 "한국인 1호 특허가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이를 극복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윤희섭 기자 aesup@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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