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제74주년 광복절
정부, 日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전면전
충북 3·1운동 84회 4만명 참여 ‘격렬’
내일 청주예술의전당서 광복절 기념식
“지지 않습니다”vs“한일갈등 총선전략”
이념 고리 보수·진보 치열하게 대립각
경제계는 한 치 앞 내다볼수 없어 불안
“사분오열 안돼… 후손들에게 당당해야”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한-일 경제전쟁'이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2일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에서 제외하는 게 골격인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앞서 일본정부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제품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제조에 사용되는 부품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 데 이어 화이트리스트에서도 배제한 것에 대한 상응 조치라는 게 중론이다.

제74주년 8·15 광복절을 목전에 두고 한일이 결코 패할 수 없는 경제라는 초대형 화두를 놓고 정면으로 맞붙은 '절체절명'의 상황으로 보인다. 올해 광복절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과 겹쳐 있어 그 의미가 더 깊다. 광복절과 한일경제 전쟁이 오버랩되는 현실이다. 역사속 충북의 항일운동과 최근 보수 대 진보로 나뉘어 일본을 바라보는 현격한 시각차,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도내 피해업체 규모가 140개에 달한다는 전망 등을 낱낱이 짚어봤다.

◆격렬했던 충북의 3·1운동

충북의 3·1운동은 격렬했다. 충북연구원의 2월 발표에 따르면 학계 일각에서는 1919년 3월 15일 진천 횃불만세시위를 충북의 첫 만세시위운동으로 꼽고 있으며 3월 중순부터 4월 19일까지 최소 84회에 걸쳐 도내 곳곳에서 4만명 내외의 주민들이 참여해 만세시위운동이 벌어졌다. 특히 4월 1일부터 6일까지 거의 폭발적으로 만세시위가 도내 곳곳에서 집중적으로 전개됐다. 평안도와 경기도 다음으로 희생자가 많이 속출됐다.

일제의 '조선소요사건경과개람표'는 충북지역에서 전개된 27회의 만세시위 중 무려 70.4%인 19회가 일제와 직접 충돌했다고 집계했다. 특히 박은식이 저술한 '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는 △사망자 99명 △부상자 210명 △수감자 157명 등을 기록해 당시 만세시위운동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민족대표 33인 중 손병희, 신홍식, 권병덕, 권동진, 정춘수, 신석구 등 6명이 충북 출신이었고, 확인된 사적지만도 청주우시장 터를 비롯해 64곳이나 된다.

충북 만세시위운동은 20~30대의 젊은 청년 농민층이 주도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는다. 당시 일제에 피체(被逮)된 139명의 직업별 분포는 농업 103명(74%) 학생 10명(7.2%) 등이며 연령별 분포는 △20대 61명(44%) △30대 41명(29%) △40대 19명(13.7%) △10대 11명(8%) 순이었다.

김양식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발표문에서 "동학농민혁명이 조선의 폐해를 청산하고 평등과 인권이 존중되는 나눔사회를 이루고자 했듯이 3·1운동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며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한 올해 사회원칙과 정의가 살아 숨쉬는 대동사회가 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충북도와 각 시·군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충북도는 충북 여성독립운동가 전시시설 설치를 오는 11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청주시는 덕촌리 독립운동 마을을, 옥천군은 청산 3·1 독립 만세 공원을, 증평군은 독립만세 발원지 기념비 건립을 각각 조성하고 있다.

충북도는 15일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개최한다. 광복회원 등 15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보수 대 진보 ‘자중지란’

청주시 상당구청은 최근 충북도청 서문 앞에 걸려있는 상반된 내용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모두 떼어냈다.

충북 3·1운동·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 범도민위원회는 이날 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규탄과 불매운동을 전국민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펼친 현수막달기 운동을 모독하는 무례한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범도민위원회의 일본규탄 등이 적힌 현수막 위에 8일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에서 '반문재인'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게시한 점을 겨냥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도내 보수와 진보진영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현격한 시각차만 보이며 현수막을 통해 펼치고자 하는 주장을 접게 돼 양측 모두 얻은 게 없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자중지란(自中之亂)'이라고 꼬집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최근 여야는 '반일 대 친일' 프레임을 기저에 깔고 유동 인구가 많은 청주 시내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시는 지지 않습니다', '일본 경제전쟁에 당당히 맞서겠다'는 문구 등이 적힌 현수막을, 자유한국당은 '총선에 안보도 경제도 팔아먹은 민주당', '민주당 한일갈등 총선전략'이라고 규탄한 현수막으로 맞불을 놨다.

지역경제계 한 관계자는 "여당도 야당도 내년 4·15 총선을 염두하고 한일 경제전쟁에 접근하는 게 아니냐"며 "총선 주판알을 튕겨 기업 등 경제문제를 풀려 한다면 그야말로 총선에서 심판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계는 '불안모드'다. 충북도는 12일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으로 인해 피해를 우려하는 도내 제조업 분야 업체가 140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를 청주에서 생산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일본발(發) 영향권에 들어갈지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 SK하이닉스는 2월 청주에 10년에 걸쳐 3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이념을 고리로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불안감에 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기영 광복회 충북지부장은 13일 충청투데이와 통화에서 "일본과의 경제전쟁에서 물러서면 안 된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사분오열은 안 된다"며 "후손들을 생각해야 한다. 또다시 아픔을 물려줘서야 되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궁즉통 극즉반(窮則通 極則反·궁하면 통하고 극에 달하면 반전하게 된다)이란 말이 있다. 지금은 뭉쳐서 일본과 싸워야 할 때"라고 거듭 말했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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