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대전의 역사 지킴이 조규태·민기 父子
올해 2월 안중근사건공판속기록 등 4점 청와대에 보내
의친왕 족자 등 추가 기증… 민기 군 광복절 행사 초청돼

▲ ·1운동 100주년을 맞아 아들의 역사교육을 위해 수집한 근대 역사자료를 국가에 기증한 조규태(58·중구 태평동·왼쪽 사진 왼쪽)씨가 아들 민기(14·대전 글꽃중 2학년·왼쪽 사진 오른쪽)군과 함께 안중근 공판기록 등 일본서 구입해 독립기념관에 기증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2월에 기증한 1910년 만주일일신문사(滿洲日日新聞社)가 중국 다롄(大連)에서 간행한 '안중근사건공판속기록' 원본과 독립운동을 했던 의친왕의 글이 담긴 족자.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충청투데이 진나연 기자] "역사의 기록은 국가에 기증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록을 보며 역사적 아픔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조민기(대전 글꽃중 2학년) 군과 아버지 조규태(58) 씨 부자(父子)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지난 2월 근대 역사자료 4점을 청와대에 보냈다. 조 씨는 "당초 박용갑 대전 중구청장이 독립운동가 거리(중구 선화동) 홍보관을 조성한다고 해 기증하려 했지만 일부 구의원 반발로 건립이 표류해 국가에 보내게 됐다"며 "권선택 전 대전시장도 국가 기증을 권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자가 청와대에 보낸 자료는 1910년 만주일일신문사(滿洲日日新聞社)가 중국 다롄(大連)에서 간행한 '안중근사건공판속기록(安重根事件公判速記錄)' 1부, '이등박문기념엽서(伊藤博文紀念葉書)' 2종, 독립운동가 권동진 선생이 쓴 행서 족자 1점이다. 기증품들은 청와대를 통해 천안 독립기념관에 보내졌고 독립기념관 측은 보존 절차를 거쳐 국민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이 자료들은 아버지 조 씨가 아들 민기 군의 역사 공부를 위해 2015년 일본 온라인 경매로 구입했다.

조 씨는 "현재 일본 경매 사이트에는 상당한 양의 우리나라 근대역사 자료가 거래되고 있다"며 "우리에겐 매우 중요한 자료지만 일본 사람들은 그저 돈을 버는 상품으로만 보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적잖은 사비를 들여 자료를 수집 중인 조 씨는 능력이 닿는 한 최대한 많이 모으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15일 광복절에도 의친왕과 독립운동가 오세창, 권동진, 김가진 등의 글이 담긴 족자를 추가로 기증할 예정이다. 이 자료들도 앞서 기증한 4점과 비슷한 시기 온라인 경매시장에서 각각 100만~200만원씩 주고 확보한 것들이다. 지난 5일 문화재청 감정 결과 의친왕의 족자는 역사적 가치가 높다는 감정을 받았다.

조 씨는 "의친왕은 대한제국 당시 황실 내에서 유일하게 독립운동을 한 왕손이었지만 관련 자료는 많지 않다고 한다"며 "족자는 명주를 한올 한올 엮어서 만든 황실 내의 것으로 추정되는 천이라 재질 자체가 귀하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아들의 역사교육을 위해 수집한 근대 역사자료를 국가에 기증한 조규태(58·중구 태평동·왼쪽 사진 왼쪽)씨가 아들 민기(14·대전 글꽃중 2학년·왼쪽 사진 오른쪽)군과 함께 안중근 공판기록 등 일본서 구입해 독립기념관에 기증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2월에 기증한 1910년 만주일일신문사(滿洲日日新聞社)가 중국 다롄(大連)에서 간행한 '안중근사건공판속기록' 원본과 독립운동을 했던 의친왕의 글이 담긴 족자.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아들의 역사교육을 위해 수집한 근대 역사자료를 국가에 기증한 조규태(58·중구 태평동·왼쪽 사진 왼쪽)씨가 아들 민기(14·대전 글꽃중 2학년·왼쪽 사진 오른쪽)군과 함께 안중근 공판기록 등 일본서 구입해 독립기념관에 기증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2월에 기증한 1910년 만주일일신문사(滿洲日日新聞社)가 중국 다롄(大連)에서 간행한 '안중근사건공판속기록' 원본과 독립운동을 했던 의친왕의 글이 담긴 족자.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의친왕은 조선 고종의 다섯째 아들로 배일 성향이 강해 조선 황족 중에서 항일 투쟁에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인물이다. 일제의 여러 회유책에도 끝까지 배일 정신을 지켰다.

근대 역사자료를 수집하며 관련 정보를 찾다 보니 자연스레 역사를 공부하게 됐다는 조 씨는 자신이 기증한 자료와 연관된 인물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3·1운동 민족대표 33인인 오세창, 권동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김가진의 재조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조 씨는 "김가진 선생은 자신의 재산을 털어 독립운동을 했고 상해 임시정부까지 가서 항일 운동에 힘썼으며 해방이 돼서도 정부 일에 참여했다"며 "일본에서 작위를 받았다는 기록 하나 때문에 친일 의혹을 받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을 빗대며 우리의 역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그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함께 독립기념관 등을 찾아다니며 역사에 대한 의식을 일깨워주려고 노력했다"며 "앞으로 힘닿는 데까지 역사자료를 수집해 돌아올 3·1절, 광복절에도 기증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광복절 행사에 청소년 대표로 참여하는 아들 민기 군도 "아버지에게 독립운동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역사를 잊어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귀중한 가치를 가진 자료를 기증한 데에 대해서도 "후회하지 않는다. 감정가에 대한 이야기를 뒤늦게 들었는데 미리 알았어도 기증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나연 기자 jinny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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