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아름다운 전통이 하나 있다. 바로 이웃과 함께 동고동락(同苦同樂)하며 서로를 보듬어주는 공동체의식이다. 두레가 그렇고 품앗이가 그렇다. 지난달 대덕구가 대전지역 최초로 발행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지역화폐 ‘대덕e로움’도 알고 보면 우리의 상부상조 유전자가 구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역화폐는 일종의 대안화폐로,1983년 경제 불황이 불어 닥친 캐나다 코목스 밸리(Comox Valley)에서 녹색화폐라는 지역화폐를 발행해 경제위기를 지역민 스스로 극복한 것이 그 시발점이 됐다. ‘대덕e로움’ 역시 지역공동체의 힘을 통한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가 목표다. 대덕구에는 대규모 산업단지가 2곳이나 있고 근로자 수도 대전에서 가장 많지만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대덕구에서 벗어나 살다 보니 자금의 역외유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국가 전체적으로 불어 닥친 경제 불황까지 겹쳤다. 필자는 이런 어려운 시기에 대덕구에서 지역화폐 ‘대덕e로움’을 발행한 것은 시의적절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대덕e로움이 세상에 나온지도 이제 40일가량 지났다. 이 기간 동안 기업과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물론 대덕구 경제 구성원과 지역민의 자발적 참여가 속속 이뤄지면서 대덕e로움이라는 지역경제 활성화의 불쏘시개에 불이 제대로 붙었다. 불과 한 달여 만인 지난 11일 발행액이 48억원을 찍었다. 당초 목표로 잡은 50억원이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 돼 대덕구의회는 지난 5~6일 이틀간 원포인트 추경을 위한 임시회를 열어 발행액을 100억원으로 증액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지역화폐는 성과 여부에 따라 지역경제에 득(得)도, 독(毒)도 된다. 무사히 안착하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반대의 경우 지자체가 고스란히 재정 부담을 떠안아야 하고 주민에게까지 그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활은 활시위를 떠났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대덕구민 모두가 마음을 맞대고 보다 높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힘을 모은다면 못할 일도 없다. 대덕구는 회덕현을 기반으로 하는 대전의 뿌리와 같은 도시다. 대덕e로움의 성공은 대덕구가 대전 최초로 사회적 가치 실현은 물론 지역 내 소비 유통의 지속가능한 경제체제 구축 모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는 대덕e로움의 성공을 통해 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역민 모두가 고루 잘 사는 행복한 대덕구로 거듭나길 희망한다. 이것이 필자가 ‘대덕e로움’에 거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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