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철 충남도의회 교육위원장

얼마전까지 실업계고 또는 전문계고로 불리었던 직업계고는 1899년 5월 고종황제의 칙령 제9호에 따라 '상공학교관제'로 설립됐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직업계고는 근대화 산업인력 수요에 부응할 뿐만 아니라 공부보다는 기술에 더 적성이 맞고 조기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최고의 교육기관이었다.

대한민국 발전에 한 축을 담당했던 직업계고가 1990년대 중반부터 심각한 정체성 위기를 겪게 됐다. 이에 정부차원에서 고졸자 취업을 장려하기 위해 공공기관 고졸 채용 권고 비율을 설정하고 선 취업 후 진학, 일 학습병행제, 마이스터고 도입, 매력적인 직업계고 육성사업, 병역특례와 연계한 취업 맞춤형 교육 등의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며 이로 인해 고졸 취업률은 수년간 증가추세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올해 직업계고 취업률은 지난해 44.9%보다 하락한 34.8%로, 특히 2013년 40.9%로 30%를 넘어섰지만 다시 30%대로 떨어졌다. 특성화고 24교, 마이스터교 4교 등 총 37곳의 직업계고가 있는 충남 역시 최근 고졸 취업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로 도내 특성화고 졸업자 중 취업자는 2014년 51.3%에서 2018년 45.7%로 5.6%로 하락했고, 무직자는 9.5%에서 20.2%로 10.7%나 증가했다.

직업계고가 어려움에 직면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직업계고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의 부재에 있다. 교육부가 밝힌 고졸취업 확대 정책의 핵심은 미래 신산업, 지역전략산업과 연계한 산업맞춤형 학과개편과 직업계고 고교학점제 도입, 실무교육 강화, 공공부문의 고졸 채용, '선취업-후학습, 우수기업' 인증제 도입, 정책자금 지원, 공공입찰 가점 인센티브 제공, 지역산업 밀착형 직업계고 도입·운영 등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직업계고의 정착과 확대를 위한 지원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원인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고졸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 때문이다. 임금 차별, 승진 제한 등 불이익이 존재하고, 고용 형태 역시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 보니 현실에 좌절해 그만두고 다시 대학에 진학하는 기형적인 학업구조가 되풀이 되는 것이다.

충남 근로자의 2018년 월 평균 임금은 359만원인데, 대졸이상은 444만원, 고졸은 288만원으로, 학력별 월 평균 임금이 무려 156만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결국 이러한 임금격차는 고졸취업과 특성화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져 중학교에서 특성화고를 지원하는 학생수가 줄고 기업의 고졸채용도 낮아지는 악순화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직업계고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또 군 복무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부분을 보전해주는 지원정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졸 취업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무조건 대학에 들어가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사회적 풍토를 허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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