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중 충남소방본부장

어두운 새벽부터 내리던 비가 하늘이 뚫린 듯 쏟아지기 시작한다. 어설피 잠이 깨서 잠깐 오다 그치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데 내리는 모양새가 평소와는 다르다. 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사무실로 향했다. 사실 집중호우와 태풍은 매년 한반도를 강타한다. 따라서 기상특보들이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기상청에서는 집중호우와 태풍이 다가오면 뉴스와 인터넷을 통해 강한 바람이 불고 많은 비가 쏟아질 것이라는 정보를 특보로 전해준다. 기상악화를 발 빠르게 예측하고 홍수 발생이나 태풍의 이동 경로도 제시한다. 또 저지대는 침수에 대비하고 등산객과 캠핑객들은 서둘러 대피를 하라는 주의사항도 알려준다.

필자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그 많은 정보 속에서도 매년 반복되는 큰 피해이다. 갑작스럽지 않고 예측도 가능한 집중호우와 태풍임에도 왜 그렇게 큰 피해를 입어왔던 것일까.

그것은 바로 나에게 재난은 일어나지 않을 것 이라는 '안전불감증'과 이정도면 충분 하겠지라는 ‘안일한 안전의식’이 문제일 것이다. 일례로 2018년 한 해만 보더라도 태풍과 호우경보가 발령됐을 때 산속, 계곡 등지에서 고립되어 전국적으로 46명이 구조되었고 하천둔치 내 주차된 많은 차량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망우보뢰’(亡牛補牢).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사자성어로, 일이 잘못된 이후 손을 써도 소용없으니 그러한 어리석은 일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풍수해가 그렇다. 사전에 많은 정보가 주어지는 만큼 상황예측과 대처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먼저 태풍이나 폭우 시에는 TV·라디오·스마트폰 등을 이용해서 실시간으로 기상 정보를 파악하고, 하천변·해안가 등 급류에 휩쓸릴 수 있는 지역, 상습 침수지역 또는 산사태 위험이 있는 급경사지 등의 위험지역에서 즉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하상주차장에 주차된 차량과 장비도 침수우려가 없는 곳으로 미리 이동시켜야 한다.

가로등이나 신호등, 간판, 유리창 등 낙하물 등에 유의해야 하고 고압전선, 공사장 근처에는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건물 내 고립되어 대피가 불가능 할 경우에는 가스밸브를 잠그고 전기차단기를 내리는 것이 2차 피해를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다.

농작물과 농업시설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미리 배수로를 정비하고, 강한 비바람에 쓰러질 우려가 있는 노후 시설물을 보강해야 한다. 비닐하우스와 같은 시설물은 점검과 함께 신속히 보수하고 강풍에 날아가지 않도록 단단하게 묶거나 보강하도록 해야겠다. 이외에도 다양한 여건에 맞게 안전조치를 꼼꼼히 챙겨 안타까운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충남소방은 도민의 안전을 지키고 풍수해로 인한 인명·재산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수방장비를 점검하고 취약지역 순찰을 포함한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유사시 조난자 구조, 낙하물 및 붕괴위험 안전조치, 배수 작업 등의 임무수행을 위해 어느 곳이든 신속하게 달려갈 수 있는 출동태세를 갖추고 있다.

앞으로 8~9개의 태풍이 더 발생할 것이고 우리나라에는 1~2개 태풍이 피해를 줄 것이라는 기상청 전망이 있다. 재난은 피할 수는 없지만 대비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지 않도록 풍수해 피해 예방을 위해 철저히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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