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철 대덕대학교 교수

필자는 몸에 꽉 끼는 옷을 진짜 싫어한다. 몸에 꽉 끼는 옷을 입고 있으면 너무도 답답해서 숨조차 쉬기 힘들다. 어제는 첫째 처조카 결혼식이었다. 결혼식은 서울에서 있었다. 집사람은 몇주전부터 첫째 조카 결혼식이니 만큼 양복을 새로 하나 맞추자고 채근 대었다. 필자는 맘에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집사람 마음을 십분 이해하기에 집사람이 하자는 대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양복을 하나 구입하기로 했다. 양복점 주인장은 집사람이 고른 양복이 최신의 디자인과 최고의 천으로 만든 것이라고 하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떠들어 댔다. 필자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양복이 윗도리는 너무 몸에 꽉끼고 바지는 통이 너무 좁아 아주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양복점 주인장의 설레발과 집사람의 만족해하는 듯한 눈길을 외면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제 드디어 조카의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결혼식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오후 5시 반 시작이었다. 출발하기 위해 새 양복을 입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집사람이 "여보, 속옷도 이것으로 갈아입어!" 하면서 속옷 한 벌을 내주었다. 집사람이 내준 속옷을 보니 몸에 착 달라붙는 삼각팬티하고 런닝셔츠였다. "이걸 입고 서울까지 어떻게 갔다 오란 말이야? 난 그냥 이 헐렁한 트렁크 팬티와 런닝을 입을래" 나는 집사람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그랬더니 집사람이 "그렇게 헐렁한 트렁크 팬티나 늘어지는 런닝을 입으면 옷에 핏이 안 살아! 잔말 말고 빨리 이거 입어!". 필자는 그 꽉끼는 속옷을 입고, 또 꽉끼는 양복을 입고, 거기다가 꽉끼는 넥타이와 손목시계까지 찼다. 정말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 그런 상태로 3시간을 차를 몰고 서울 결혼식장에 가서는 피로연 끝나고 신랑 신부 인사를 받고 내려가라는 처형 말씀에 대전으로 출발도 못하고 계속 시간만 죽이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필자는 몸을 옥좨는 그 느낌 때문에 정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돌아 버릴 것만 같았다. 하여간 어찌 어찌 해서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고 대전 집에 도착하니 밤 11시30분이 지났다. 머리 속에는 온통 일초라도 빨리 내가 걸치고 있는 옷들을 벗어 던지고 싶은 그런 마음뿐이었다. 드디어 엘리베이터가 왔다. 그리고는 17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10층쯤 올라갔을 때 뒤에 서있던 집사람이 갑자기 내게 "여보 양복 윗도리 좀 위로 올려봐!" 하고 말했다. "이 여자가 왠 뜬금없이 양복윗도리?" 라고 생각하면서양복 윗도리를 올렸다. 그랬더니 집사람 "아니 이거 양복바지 아니잖아! 이거 당신이 작다고 내다버린다고 걸어 놓았던 골프바지잖아! 아니, 당신은 어떻게 양복바지랑 골프바지랑 구별도 못해? 내가 정말 미친다. 미쳐".

헐! 갑자기 뒷덜미에서는 식은땀이 싸하게 배어나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는 최근에 본 공포 영화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보았을 때 느꼈던 것보다 심한 공포감이 갑자기 뒷덜미로 밀려왔다. 그리고 필자는 어제도 오늘도 거실에서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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